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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끝까지 제대로 했다. 2024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일궈낸 초보 감독이 치어리더 뺨치는 '삐끼삐끼 댄스'로 선수단과 팬들을 감동시켰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IA 타이거즈가 삼성 라이온즈를 7대5로 꺾으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놀라운 결과다. 올해 1월 전지 훈련 출발 직전 갑작스럽게 감독 교체 결정이 내려졌다. 호주 스프링캠프에 도착해 선수들을 추스르던 막내 코치 이범호가 심재학 단장으로부터 감독직 제의를 받아들였다. 프로야구 사상 첫 1980년생 감독의 탄생.

우려의 시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선수 시절부터 '감독감이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호탕한 성격과 리더십을 보여줬고, KBO리그 역대 최다 만루포(17개) 기록이 보여주듯 승부사적 기질을 갖췄지만, 캠프 중반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은 5년 차 막내 코치의 능력에 대해 의문 부호가 붙는 것은 당연했다.





팀의 수장이 된 이범호 감독의 어깨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코치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선수들을 대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웃음꽃 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이를 그대로 실천했다.

의견이 부딪칠 땐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이 감독보다 두 살 어린 최고참 베테랑 최형우는 “감독님과 의견이 부딪칠 때가 있었다. 그러면 대부분 감독님이 져줬다. 선수 입장에서는 감사한 순간이다“라고 증언했다.





자칫 우유부단해질 수 있지만, 결단의 순간에서는 과감했다. 시즌 중 투수 교체는 언제나 신속했고 그 판단은 그대로 적중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도 한 점 차로 앞선 8회 2사 1, 2루에서 전상현이 박병호를 상대로 초구에 사구를 내주자마자 곧바로 마무리 정해영을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시즌 중 5회 리드 상황에서 양현종을 과감하게 교체하기도 했다. 결정은 단호했지만, 앙금을 남기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대투수'의 뒤로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달랜 이 감독. 권위를 앞세우는 감독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로 선수는 오히려 반성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감독은 “KIA 2군 감독을 경험한 것이 1군 감독을 수행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서 판단이 조금만 늦어져도 경기를 그르친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한 초보 감독. 올 시즌 내내 이 초보 감독의 선택은 늦은 적이 없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한다면 우승 당일 마운드에서 '삐끼삐끼 춤'을 출 수 있나“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이 감독은 “우승했는데 한 명만 추면 안된다. 동그랗게 모여서 선수들과 함께 추겠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사령탑이 춤을 추겠다'는 사상 초유의 공약.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세리머니에서 선수들 뒤로 숨지 않고 거리낌없이 관중석 앞으로 나와 삐끼삐끼 춤을 췄다. 웨이브부터 손동작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이 완벽하게 소화한 꽃 감독의 댄스에 팬과 선수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시키면 한다. 완벽하게!' 초보 감독 이범호가 올 시즌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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