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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무려 20년만에 10승-20세이브 동시 달성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KT 위즈 마무리 박영현의 최고무기는 직구다. 150㎞가 넘는 힘있는 직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른다.

이미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팬들에게 최고 직구를 인정받았다. 대만과의 첫 경기서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시원시원한 피칭을 했었다. 0-2로 뒤진 6회말 2사 2,3루의 위기에서 등장해 9번 타자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더니 7회말에도 1,2번 타자를 모두 3구 삼진으로 처리했고 3번 타자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당시 0대4로 한국이 패했지만 박영현이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신있는 직구를 뿌렸다.

지난해 홀드왕에 오른 뒤 올해 삼성으로 떠난 김재윤을 대신해 마무리가 된 박영현은 여전히 강력한 직구로 대기록까지 세웠다. 사정상 팀이 리드해 세이브만 챙길 수는 없었다. 동점일 때도 나가야 했고, 8회에도 나가 막아야 했다.

그렇게 세이브와 함께 승리도 쌓더니 21세이브에 10승이 더해졌다. 28일 잠실 LG전에서도 결정적 위기를 넘기고 승리를 얻었다. 4-4 동점인 8회말 2사 만루서 타점 1위를 달리는 오스틴 딘과 승부를 한 것. 직구로만 4개 연속 뿌려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박영현은 당시 상황에 대해 “3구째 파울에서 오스틴 선수가 타이밍이 늦어 이겼다고 생각하고 더 자신감을 얻어서 던졌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9회말까지 1⅓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동안 13개의 공을 뿌렸는데 직구가 12개였다. 9회말 선두 문보경에게 뿌린 초구 슬라이더만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직구.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역전 홈런을 허용했던 박동원에게도 직구를 뿌려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이렇게 직구 부심이 강한 그도 인정한 직구가 있다. 바로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두산 베어스 김택연. 본인이 직접 그의 공을 받아봐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박영현과 김택연은 올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스페셜 게임을 위한 팀코리아에 뽑혀 함께 생활했는데 그때 캐치볼 파트너로 서로 공을 주고 받은 사이였다고.

박영현은 “택연이는 직구가 워낙 좋다. 캐치볼을 해봤을 때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볼이 살아 올라간다고 하지 않나“라며 “나보다 택연이 공이 더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당시 서로 캐치볼을 하면서 서로 공이 좋다고 감탄을 했었다고.

두살 어린 후배가 마무리로 나서고 있는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영현은 “힘든 것 같아서 월요일에 전화를 했는데 택연이가 나와 성격이 비슷한 것 같더라. 힘든데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같고 멘탈도 되게 강한 선수라고 느꼈다“라며 “좀 힘들었냐 그런거 신경쓰지 말아라 그렇게 말해줬는데 택연이가 힘들었는데 지금 괜찮아졌다고 하더라. 안 좋은 순간에도 '저는 나중이 있으니까 신경 안써요'라고 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직구 비중이 1위가 김택연이고 2위가 박영현이라고 하자 박영현은 “택연이가 1위예요?“라고 묻더니 “직구 비중을 더 높여야겠다“라며 웃었다.

올시즌 강력한 직구를 뿌리는 강력한 멘탈의 마무리가 2명이나 탄생했다. 둘의 직구 경쟁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듯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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