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일까. 원수지간이던 제이든 산초와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새 시즌 극적인 화해의 시발점이다. 과연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을까.

텐 하흐 감독과 극단으로 대립한 끝에 팀에서 쫓겨났던 산초가 맨유로 돌아왔다. 10개월 만에 맨유의 캐링턴 훈련장에서 옛 동료들과 함께 프리시즌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텐 하흐 감독과도 면담을 통해 화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매체 더 선은 13일(한국시각) '산초가 10개월 만에 맨유 훈련장에 돌아왔다. 텐 하흐 감독과는 과거의 갈등을 덮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엄청난 대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고 볼 수 있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던 두 인물이 극적으로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산초와 텐 하흐 감독의 갈등은 지난 시즌 초반 맨유 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 전체에 여파를 끼친 사건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유럽 최정상급 윙포워드로 입지를 굳힌 산초는 2021년 맨유와 계약하며 EPL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도르트문트 시절 빛나던 실력이 맨유에서는 좀처럼 발휘되지 못했다. EPL의 거친 수비에 적응하지 못했고, 부상이 자주 발생했다. 팀에서도 겉돌기 시작했다.

텐 하흐 감독의 인내심이 점점 사라져갔다. 결국 2023~2024시즌 초반 사건이 터졌다. 지난 9월, 아스널전에 산초가 빠진 이유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텐 하흐 감독은 '훈련 과정에서 준비되지 못한 모습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초는 곧바로 자신의 SNS를 통해 텐 하흐 감독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고의적으로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으며, 자신은 훈련 과정에 제대로 임했다는 내용이다.

텐 하흐 감독은 격노했고,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해리 매과이어 등 팀 동료들이 나서 산초와 감독의 사이를 중재하려고 했다. 그러나 산초가 사과를 거부하며 일이 심각해졌다. 텐 하흐 감독은 결국 산초를 맨유 1군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자신에게 항명한 선수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훈련장 이용도 금지하는 등 팀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매각까지 추진했다.

산초는 결국 도르트문트로 다시 임대됐다. 맨유를 떠난 뒤 산초는 다시 자신감을 회복했다. 도르트문트에서 예전의 폼을 어느 정도 회복한 산초는 시즌을 마친 뒤 거취를 놓고 고민했다. 도르트문트로 완전히 돌아가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결국에는 원 소속팀인 맨유로 복귀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텐 하흐 감독과의 관계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텐 하흐 감독도 지난 시즌 성적 부진으로 해고 위기까지 몰렸다가 다시 맨유와 재계약하며 살아남은 상황이었다. 각자 위기를 겪은 두 사람은 곧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텐 하흐 감독이 사실상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산초의 실력을 외면할 수 없었다.

더 선은 '산초와 텐 하흐 감독이 이번 주에 긍정적인 대화를 통해, 과거의 문제에 대해 선을 긋기로 합의했다'면서 '산초는 현재 캐링턴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다른 동료보다 프리시즌 훈련시작이 다소 늦어 다음주 로젠버그와의 친선경기를 위해 노르웨이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악의 대립 사태를 뒤로 하고 다시 손을 맞잡은 산초와 텐 하흐 감독이 새 시즌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만들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