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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상하이 전지훈련에서 처음 가진 연습경기에서 패했다.

흥국생명은 27일 중국 상하이 칭푸구에 위치한 상해체육관에서 열린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와의 연습 경기에서 1-3(21-25 19-25 25-23 16-25)로 패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은 선수단의 면면이 많이 바뀌었다. 외국인 선수로 트라이아웃 7순위로 투트쿠 부르주를 영입했고,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선 4순위로 미들 블로커 황 루이레이를 뽑았다. 여기에 세터진에서도 이원정과 2025-2026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페퍼저축은행에 내주는 대신 이고은과 2025-2026 신인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리베로 포지션도 IBK기업은행에 미들블로커 김채연을 내주며 베테랑인 신연경을 데려와 보강했다.

이날 연습 경기 스타팅 멤버만 보면 ‘배구 여제’ 김연경을 제외하면 모든 포지션이 바뀌었다. 주전 세터로 이고은이 출전해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그 대각의 아포짓 스파이커에는 투트쿠가 나섰다. 미들 블로커에는 루이레이와 FA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한 이주아의 보상선수로 데려온 임혜림이 선발 출전했다. 리베로 자리는 신연경이 주전으로 나섰다.

가장 관심을 모은 김연경의 대각에 위치하는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4년차의 정윤주가 선발 출전했다. 1m76의 단신이지만, 점프력과 파워가 좋아 공격력이 돋보이는 정윤주는 약점인 리시브만 보완한다면 흥국생명의 공격력 강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다. 아본단자 감독도 “(정)윤주의 잠재력은 매우 높다. 코트 위에서 자신감을 키웠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세트 초반 흥국생명은 5-0으로 앞서나갔지만, 손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조직력에서는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이며 이내 상대의 추격을 허용했고, 경기는 접전 양상으로 치러졌다. 세트 막판까지 1~2점차 이내의 접전을 치르던 승부의 균형은 조직력 측면에서 한 수 위였던 상하이가 앞서나갔고, 결국 흥국생명은 21-25로 1세트를 내줬다.

이고은은 아본단자 감독의 주문 사항대로 속공과 이를 엮은 파이프의 비중을 늘리려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김연경이 전위 코트 왼쪽에 위치한 오픈 상황에서도 김연경에게 올리지 않고, 후위 가운데에 있는 정윤주에게 공을 올리기도 했다. 김연경과도 아직은 호흡이 잘 맞지 않아 김연경의 1세트 공격 성공률은 21%(3/14)에 그쳤고, 팀 전체 공격 성공률도 32%(12/38)에 그쳤다. 


정윤주의 리시브는 합격점을 주긴 어려웠다. 나가는 상대 서브를 받으려다 리시브 범실로 득점을 허용하기도 하고, 상대의 강한 스파이크 서브에 그대로 에이스를 헌납하기도 했다. 다만 상대 블로커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강한 파워를 앞세운 공격력은 일품이었다. 다가올 시즌에 흥국생명의 주포 역할을 해줘야 할 투트쿠도 잘 세팅되어 올라온 오른쪽 퀵오픈은 빠르게 처리했지만, 오픈 상황에서 띄워진 하이볼 처리는 다소 미숙했다. 다만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블로킹 능력은 수준급이었다.

2세트 역시 경기 양상은 비슷했다. 흥국생명의 리시브는 상하이의 강서브에 여전히 크게 흔들렸고, 이 영향으로 이고은의 토스워크도 들쑥날쑥했다. 투트쿠가 2세트 들어 공격 성공률 62.5%(5/8)로 분전했지만,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2세트에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미들 블로커들의 속공 활용도 흔들린 리시브로 인해 수월치 않다 보니 2세트는 19-25로 완패했다. 지난 시즌 중국 여자배구 리그 2위에 오른 상하이는 강팀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3세트부터 김연경을 빼고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를 김미연-정윤주로 구성했다. 연습경기인 만큼 김연경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김연경이 빠졌지만, 앞선 두 세트에서 손발을 맞춘 덕분일까. 3세트 들어 흥국생명 선수들의 조직력은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덕분에 투트쿠의 장점이 크게 발휘됐다. 3세트에만 상대 공격을 3개나 가로막아냈고, 세트 공격 성공률도 58%(7/12)로 크게 올랐다. 주공격수의 분전에 흥국생명은 3세트 초반부터 크게 앞서나갔고, 세트 막판 상하이의 추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24-23에서 투트쿠의 공격이 상대 수비를 벗겨내면서 3세트를 가져왔다.

4세트 들어 아본단자 감독은 투트쿠를 빼고 아포짓 자리에 김다은을 투입했고, 세터 자리에도 박혜진을 넣어 다양한 라인업을 시험하는 모습이었다. 승패보다는 앞으로 보완할 점을 점검하는 연습 경기의 목적에 충실한 라인업 변화였다. 4세트 초중반엔 김미연을 빼고 최은지를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넣었다. 김연경의 대각에 위치하는 아웃사이드 히터 주전 한 자리를 놓고 정윤주, 김미연, 김다은, 최은지까지 네 선수 중 옥석을 가리는 작업은 이번 전지훈련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세트 초반 앞서나가던 흥국생명은 이내 역전을 허용한 뒤 끌려갔고, 결국 16-25로 패하며 첫 연습경기를 마쳤다. 흥국생명은 31일까지 예정된 상하이 전지훈련에서 두 번 더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와 연습경기를 갖는다.

흥국생명은 투트쿠가 3세트까지만 뛰고도 21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윙 포지션 선수 중 유일하게 네 세트를 모두 소화한 정윤주는 14점을 올리며 공격에서는 제 곳을 다 해냈지만, 리시브 정확도는 11%에 그쳤다.

경기 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력이 좋진 않았는데, 이런 경기를 통해 연결이나 호흡적인 면을 더 성장시켜야 한다. 오늘은 블로킹이나 수비 위치, 이단 연결 부분이 아쉬웠다”고 총평했다.

정윤주를 4세트 내내 기용한 것이 아웃사이드 히터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아본단자 감독은 “많이 성장한 선수다. 그리고 더 성장해야 할 선수다. 지금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에 경기 내내 기용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남은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보완할 점에 대해 아본단자 감독은 “전부 다 보완해야 하긴 하지만, 첫 번째로는 블로킹과 터치, 연결, 세터와의 호흡, 리시브 등에서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_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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