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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년에 720경기를 해도 몇번 볼 수 없는 도루였다.

LG 트윈스 박해민이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서 수비수 누구도 보지 않는 순간 2루를 훔쳤다. 그야말로 '유령 도루'였다.

박해민이 1루에 있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쓴다는게 말이 되나 싶지만 그런 순간이 있었고, 박해민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2루로 달려 여유있게 세이프됐다. 그리고 중요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이후 팀 타선이 터지면서 LG가 역전승을 했다.

상황은 이랬다. 1-2로 뒤진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박해민이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타자 신민재의 초구에 사건이 발생했다. 와이스가 초구를 던질 때 뛴게 아니다. 던져서 높은 볼이 됐고, 포수 최재훈으로 부터 공을 돌려 받은 뒤에 일어난 일이다. 이때 와이스와 포수 최재훈, 2루수 황영묵, 유격수 이도윤 등 누구도 박해민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이때를 이용해 박해민이 2루로 내달린 것.

초구 신민재가 번트 모션을 취하자 황영묵은 1루쪽으로 뛰었고 이도윤은 2루로 향했다. 그러나 공이 너무 높게 와 볼이 됐다. 이도윤은 유격수 자리로 뒤돌아서 가고 있었고 1루로 온 황영묵은 박해민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포수 최재훈으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와이스도 다음 공을 생각하는 듯 아래를 봤고, 이때 박해민이 곧바로 2루로 달렸다. 고개를 든 와이스가 뒤늦게 박해민이 뛰는 것을 봤고 공을 2루로 던지려 했으나 문제는 2루에 수비수가 없었다는 것. 역시 뒤늦게 알아차린 이도윤이 2루로 달려왔으나 공을 받기엔 늦었다.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2루 도루였다. 번트 수비 때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도루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감행할 수 없었던 과감한 주루 플레이였다.

LG는 박해민이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민재가 삼진을 당했지만 홍창기의 안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1사 1,2루서 김현수의 우전안타로 3-2 역전에 성공하며 와이스를 강판시켰다. 문보경의 희생플라이와 오지환의 적시타까지 더해 무려 4점을 뽑아 5-2로 앞섰고 결국 8대4로 승리해 후반기 4연패후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경기후 박해민은 도루 상황에 대해 묻자 “예전에 한번 해본적이 있었다“면서 머뭇거렸다. 영업비밀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 박해민은 “번트 수비를 할 때 2루수가 1루로 오고 유격수가 2루로 왔다가 돌아갈 때 1루주자를 보지 않는다“면서 “리드를 한 상황에서 수비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유격수가 돌아서 가는 것을 보고 뛰었다“라고 했다. 박해민은 이어 “투수가 보고 있었다면 뛰기 어려웠을텐데 마침 투수도 아래를 보고 있어 뛸 수 있었다“라고 했다.

전날 1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어깨에 통증을 느껴 교체됐던 박해민은 “원래 조금 안좋았었는데 어제 안타하나 만들어보겠다고 하다가 좀 안좋아서 빠졌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치료 잘 해주셔서 좋아져서 게임을 뛸 만해서 할 수 있다고 말씀 드렸다“라고 했다. 박해민은 이날 2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의 만점 활약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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