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21 17:22:58]
선택이 간절했던 유망주들에게, KB손해보험이 구원의 큰 손으로 나섰다.
2024-2025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21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번 드래프트는 지난 시즌 드래프트가 기록했던 역대 최저 취업률(20/42, 47.62%)을 경신하며(21/48, 43.75%) 냉혹한 현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갈 곳을 찾는 유망주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거침없이 내민 큰 손이 있었다. 바로 KB손해보험이다. KB손해보험은 이날 이준영‧나웅진‧박예찬‧선홍웅‧지은우까지 총 다섯 명의 선수를 지명하며 7개 팀 중 가장 많은 선수를 지명했다. 다른 팀들이 지명을 포기하기 시작한 3-4라운드에도, 심지어 수련선수 지명 라운드에는 유일하게 단상으로 향하는 마틴 블랑코 수석코치에게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감사의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다.
더군다나 KB손해보험은 이제 새로운 팀 구성을 갖추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팀의 미래를 구현하는 단계에 있는 팀이다. 신인 선수들에게도 실력과 열정만 증명한다면 언제든 기회는 열려있다는 의미다. 미래의 새판 짜기를 위해 대대적인 수혈에 나선 KB손해보험과, 기회의 땅을 찾는 유망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냉혹했던 드래프트 현장 속에서 다섯 차례의 지명이 이뤄졌다.
KB손해보험이 지명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도 있다. 우선 배구 팬들에게 잘 알려진 친누나가 있는 남동생 선수들이 대거 KB손해보험에 모인 것이 눈에 띈다. 1라운드 4순위로 팀에 합류한 이준영은 현대건설과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에서 맹활약하는 미들블로커 이다현의 동생이다. 포지션 역시 같은 미들블로커다.
이준영은 드래프트 이후 인터뷰에서 “누나는 언제나 많은 조언들을 해주는, 가족 이상으로 고마운 존재”라며 이다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드래프트까지는 한양대 이준영보다는 이다현 동생의 이준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게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누나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의 주목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좋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다현의 동생 이준영이 아닌 이준영의 누나 이다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멋진 누나를 둔 선수는 이준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각 2라운드 4순위와 수련선수로 KB손해보험의 선택을 받은 나웅진과 지은우 역시 전‧현직 V-리거 누나를 둔 동생들이다. 나웅진의 누나는 현대건설에서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을 겸하고 있는 나현수이고, 지은우의 누나는 과거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와 페퍼저축은행에서 활약했던 아웃사이드 히터 지민경이다.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지민경은 최근 코트로 돌아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만약 지민경이 V-리그로 복귀하게 되고 그 동안 지은우도 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면, 1년 전 얼리 드래프티 도전 실패의 아픔을 딛고 드래프트 재수에 성공한 지은우와 부상을 극복하고 복귀하는 지민경의 감동적인 재회가 V-리그에서 이뤄지는 멋진 장면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대학부 졸업반의 장신 자원들이 대거 KB손해보험으로 향한 부분 역시 흥미롭다. KB손해보험은 197cm 아웃사이드 히터 나웅진, 200cm 왼손잡이 아포짓 박예찬, 201cm 아웃사이드 히터 선홍웅을 쓸어 담았다. 단숨에 날개 쪽 높이가 크게 보강됐다.
이에 대해 마틴 수석코치는 드래프트 이후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의 신장에 중점을 뒀다. 그걸 바탕으로 한 뒤 기술과 성장 가능성도 검토하면서 영상을 지켜봤다. 세계적인 선수들 중에서도 배구를 늦게 시작했어도 피지컬적인 강점을 살리면서 기술을 익혀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 있다. 우리가 뽑은 선수들도 같은 길을 걸으면서 우리 팀과 한국 배구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신 선수들의 대거 지명이 준비된 지명 전략이었음을 밝혔다.
가장 많은 선수를 지명하면서, 멋진 누나들을 둔 동생들과 대학부의 장신 자원들을 싹쓸이했다. 1-2순위를 모두 차지한 대한항공의 행운도 대단했지만, KB손해보험 역시 여러모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을 만든 드래프트 현장의 또다른 주인공이었다.
사진_메이필드호텔/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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