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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충남 홍성군 갈산면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지 내 백야사에선 '청산리대첩 전승기념행사'가 열렸다.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 특별하게 기억되는 1920년 10월 청산리대첩을 기념하는 행사다. 104년이 흘렀다. 기념식이 끝나자 기념 음악회가 이어졌다.

김좌진 장군 생가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만해 한용운 선생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다. 낮은 지붕 초가집이 “어서 오라“며 친근하게 방문객을 맞는다.

홍성군 북서쪽에 자리한 용봉산 정상(해발 381m)으로 가는 길. 헉헉 대며 바위산을 오르다 보면 최영 장군 활터가 나온다. 고려시대 무장 그 최영 장군 맞다.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선생, 최영 장군에 '사육신' 성삼문도 홍성, 옛 홍주(洪州) 사람이다. 천년 세월이 만든 홍성 어디를 가든 역사의 향이 가득하다.

용봉산이 색동옷으로 갈아입는 10월 말, 홍성은 야구로 활기가 돈다. 한용운 선생 생가지 근처 결성면 홍성만해야구장에서 '김태균 야구캠프'가 열린다. 올해도 지난 주말 1박2일 일정이 진행됐다. 전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 유망주들이 모였다. 한화 이글스의 '52번' 영구결번 레전드 김태균 KBSN 해설위원(42)의 등번호에 맞춰 '52명'을 초청했다. 몇 년 후 프로선수가 되어 홍성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 스타 선수들도 선배와 뜻을 함께 했다. 노시환 문동주 최재훈(이상 한화) 허경민 정수빈(이상 두산 베어스) 임찬규(LG 트윈스) 등 현역 프로 선수들과 나지완 유희관 김진영 등 은퇴 선수들이 코치로 꿈을 나눠줬다. 지난해에는 정우람 이태양 채은성(이상 한화) 강민호 구자욱(이상 삼성 라이온즈) 손아섭(NC 다이노스)이 참여했다.

야구 불모지 홍성에 씨앗을 뿌린 이가 있다. 이용록 홍성군수(63)다. '김태균 야구캠프'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야구 '찐팬'이다. 지난주 홍성군청에서 마주한 이 군수는 “지난 2015년 리틀야구팀이 창단하고 초중학교 야구부에 사회인팀이 있다. 제대로 된 야구장 시설을 만들어 어린이부터 일반인까지 활용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인구가 10만명 남짓한 지방 소도시. 야구 인프라는 특급이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놀란 최고 시설을 갖춘 홍성만해야구장 외에 내포야구장 등 2개가 더 있다. 내년에는 홍성만해야구장 인근에 제2 구장을 착공한다. 홍재철 홍성군 홍보미디어팀장은 국제대회 유치가 가능한 KBO 규격에 맞게 조성한다고 했다. 홈 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 98m, 중앙까지 122m 규모다.

이 군수는 농담을 섞어 “한화 제2 구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우리 군수님, 야구에 진심이다. 올해 한화 홈경기 6게임을 유치한 청주시가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선수 때부터 유소년 육성에 관심이 컸던 김 위원과 홍성군이 야구를 매개로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첫 발을 떼고 올해 두 번째 행사를 열었다. 김 위원은 홍성군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팬 사인회를 열고 군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한다. 김 위원은 지난 3월 홍성만해야구장에서 홍성 중학생 야구선수들을 대상으로 타격코치 재능기부를 했다. 지난 8월엔 홍성군에 장학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제 홍성군 사람들과 한 식구가 됐다.

이 군수는 이어 “우리 홍보대사님이 잘해주신 덕분에 '김태균 야구캠프'가 전국 행사가 됐다. 전국 각지에서 어린 선수들이 찾아오고, 프로야구 최고 선수들이 방문하는 곳이 됐다. 군민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 지난해 일본으로 건너가 한일교류전을 했는데, 올해는 홍성에서 교류전을 한다“라고 했다. 이어 “야구캠프가 우리 지역에 굉장히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김태균 홍보대사에게 감사한다“라고 했다.

지자체 예산은 어떤 경우에든 부족하다. 사업비가 들어가니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그래도 밀고 나갔다. 야구가 홍성군 이미지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군수는 “'김태균 야구캠프'가 (군민들의)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 제2 구장 얘기를 꺼냈을 때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대회가 열리고 전지훈련을 유치하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린다.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살아나는 파급 효과가 난다.

김 위원은 야구캠프 참가 선수 중에서 우수 선수 20명을 선발했다. 이번 주말 내포야구장에서 일본 유소년팀과 세 차례 교류전을 한다. 홍성군 행사가 아닌 국제 행사가 된 셈이다. 이 군수와 홍성군 관계자들이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이 군수와 홍성군, 김 위원은 야구캠프 확대를 포함한 더 큰 그림을 구상한다. 이 군수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더 넓게 교류하는 기회를 갖게 하겠다. 김 위원과 계속 협의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한화 야구로 충청인, 홍성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 이 군수은 “한화만 응원한다“는 했다. 2023년엔 한화 구단과 홍성군민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했다. 한화팬들에게 지역 특산품 광천김을 나눠줬다.

이 군수가 한화 외에 응원하는 프로팀이 하나 더 있다. 프로축구 K리그1의 '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다. 전달수 인천 구단 대표가 홍성 출신이다.

그러고 보니 스포츠와 연이 또 있다. 매년 홍성에서 '이봉주 보스턴제패기념 마라톤대회'가 홍성군청 주최로 열린다. 지난 9월 24번째 대회가 열렸다. 3700여명이 함께 달렸다. 천안 출신 이봉주는 홍성 광천고에서 마라톤 꿈을 키웠다.

이 군수는 홍성군청 장애인체육회장이다. 한국 장애인 여자펜싱의 간판 권효경(23)이 홍성군청 소속이다. 홍성고를 졸업한 권효경은 2024년 파리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36년 만에 패럴림픽 최고 성적을 올려 대한민국과 홍성군청을 빛냈다. 이 군수는 “덜 주목받는 이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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