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24 05:45:00]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3년 만에 서울에서 한국시리즈가 사라졌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함께 해 온 영호남의 두 명문팀이 만들어낸 스토리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단일 리그 최다 우승(11회)에 빛나는 KIA 타이거즈, 원년부터 지금까지 '삼성'이라는 이름을 지켜온 라이온즈 모두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인기 구단이다. 가는 곳마다 팬들을 몰고 다니는 두 팀은 올해 페넌트레이스 1, 2위에 오르면서 KBO리그의 천만관중 시대 도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93년 이후 3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돌아온 88시리즈.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말 그대로 '예매 전쟁'이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각각 펼쳐지는 한국시리즈 입장권은 순식간에 동났다. 아이돌 콘서트 못지 않은 접속 폭주 속에 순식간에 완판된 입장권을 잡지 못한 나머지 팬들의 탄식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심지어 비로 6회초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된 1차전 입장권을 재입장 허용 규정에 맞춰 중고시장에 리셀하는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
경기장 바깥도 시끌벅적 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시리즈 1~2차전 일정이 진행된 21~23일 광주행 열차표, 버스표는 평소보다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서울과 광주를 오가는 고속열차는 평소에도 출장 수요 상당분을 책임져 왔다. 하지만 출퇴근과 무관한 낮 시간대 티켓이 모두 판매된 게 이채롭다.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된 1차전 잔여 이닝 및 2차전이 동시에 펼쳐질 23일, 광주송정역에서 가장 늦게 출발하는 광주→수서행 SRT 오후 11시3분 막차는 전날부터 일찌감치 매진 공지가 떴다.
고속버스 예매율도 폭발했다. 23일 경기 종료 예상 시점인 오후 10시20분 이후 서울행 티켓이 전날부터 일찌감치 동났다. 버스 운영업체가 오후 11시 이후 정규시간 외 임시차까지 5분 간격으로 촘촘이 동원했음에도 예외 없이 매진이다. 심지어 자정을 넘겨 출발하는 차량까지 완판됐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휴가 등을 활용해 지방 원정 응원에 나선 팬들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각 구단 유니폼을 입고 교통편에 오르는 팬들의 모습은 이제 새롭지 않을 정도. 이런 흐름이 한국시리즈에서 절정에 달한 모양새다.
이런 팬들의 열정은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한국시리즈 1~2차전이 열린 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 요식, 숙박업체에도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입소문을 탄 업체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최근 한국시리즈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비수도권 구장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건 2017년 KIA 타이거즈(광주)-두산 베어스(잠실) 이후 7년 만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에서만 가을잔치가 열렸다. 창원 연고의 NC 다이노스가 2020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코로나19 제한 탓에 중립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경기를 치른 바 있다.
수도권 한국시리즈에서도 주변 상권 활성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들썩일 정도의 열기와는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
전통과 인기를 안고 있음에도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던 비수도권 연고 구단의 약진, 그로 인한 뜨거운 열기의 의미는 적지 않다. 연고 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크며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는 프로구단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프로야구, 나아가 프로스포츠가 국내에서도 충분히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중요한 시리즈로 기억될 전망이다.
'광주의 함성'은 한국시리즈 2차전을 마친 뒤 '파워풀 대구'로 향한다. 3~4차전에선 과연 어떤 놀라운 풍경이 만들어질까.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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