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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현대제철서 코치로…첫 대회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지휘파리 올림픽서 대표팀 후배들 응원 연락…“연락처 모르는 남수현에겐 미안“

(진주=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단체전 결승전.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을 이끌었던 남자 대표팀의 맏형이자 단체전 마지막 궁사 오진혁(43)은 마지막 활시위를 놓자마자 '끝'이라고 읊조렸다.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은 정확하게 10점 과녁에 꽂혔다.오진혁의 '끝'내주는 마지막 한 방으로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양궁 남자 단체전 2연패의 기쁨을 만끽했다.

확신에 찬 '끝'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오진혁은 이제 막 지도자로 '첫발'을 뗐다.오진혁은 2024 파리 올림픽에도 도전했으나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에서 최하위인 8위에 그쳐 파리행이 무산됐다.그렇게 도쿄 올림픽은 오진혁의 마지막 올림픽이 됐다.지난달 23∼26일 열린 전국남녀 양궁종합선수권대회를 끝으로 활과 완전히 이별한 오진혁은 이젠 사선에서 뒤로 멀찍이 물러나 선수들의 뒤를 든든히 받치는 코치가 됐다.현대제철에서 플레잉코치를 하며 선수 생활의 말년을 보낸 오진혁은 전업 지도자로 탈바꿈한 지 이제 고작 3주밖에 되지 않았다.베테랑 선수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제105회 전국체육대회 양궁 경기가 열린 16일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연병장에서 만난 '코치' 오진혁은 “선수마다 성향이 조금씩 달라서 세심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지도자의 기본자세를 설명했다.“선수 때는 나 혼자만 잘하면 됐는데, 이제는 소속팀 선수들을 다 아울러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오진혁은 “이런 부분들이 아직 조금 어렵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스스로를 '초보 지도자'라고 수식한 오진혁은 “내가 경기하면서 느꼈던 부분에 대해 선수가 어려움을 덜 겪고 쉽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는데, 실제로 도움이 잘 될지는…. 그건 아직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오진혁은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한 후배들을 뿌듯해했다.올해까지도 태극마크를 달았던 오진혁은 “나도 같이 대표팀에 있었으니 선수들이 올림픽 선발전을 치르는 것이나 훈련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며 그들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오진혁은 “다들 절실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연습했다“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했는데, 다행히도 너무 잘해줬다. 올림픽을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중요한 경기 전후로는 직접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오진혁은 “선수마다 특성이나 성향을 잘 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해온 대로, 준비한 대로 하라는 식으로 응원했다“고 전했다.남자 선수들과는 “워낙 다 친하다“는 오진혁은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10연패 대기록의 역사를 쓴 남수현(순천시청)에겐 “조금 미안하다“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남수현의 연락처를 몰라서 직접 연락하지 못했다“는 오진혁은 “대신 임시현(한국체대)에게 '수현이한테도 잘하라고 전해줘라,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시현이가 다 전해줬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수현이에게만 응원 메시지를 안 보내면 조금 미안하니까“라고 덧붙인 오진혁은 여전히 남수현의 연락처를 모른다고 했다.파리 올림픽에서 오진혁을 대신해 맏형의 무게를 짊어진 건 3관왕을 달성한 김우진이었다.김우진은 오진혁으로부터 '리더의 자세'를 배웠다고 했다.이에 오진혁은 “나는 예전부터 선배 형들이 해주시는 부분을 보고 자랐다. 그냥 자연스럽게 내 스타일대로 선수들을 끌고 가려고 노력했고, 내가 느끼는 대로 하긴 했다“고 어깨를 으쓱이면서도 “어떤 자세를 배웠는지는 모르겠다“고 멋쩍게 웃었다.

양궁장 곳곳에서는 임시현, 김우진, 안산(광주여대) 등 양궁 스타들의 즉석 팬 사인회가 열렸다.코치가 된 오진혁 앞에도 수십 명이 줄을 섰다.오진혁은 “아직은 도쿄 올림픽의 약발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어린 선수들을 알아봐 주시는 게 맞는 거다. 저 선수들은 응원의 힘을 먹고 자라야 한다“는 오진혁은 한국 양궁 대표팀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내가 대표팀에 있을 때는 (금메달이라는) '당연한 걸' 진짜 당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이어 “그런 부분도 어쨌든 자기가 짊어지고 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그런 게 싫으면 대표팀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또 국가대표를 하려고 다들 발버둥 친다. 선수 스스로 다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오진혁 코치가 지도한 제주(현대제철)는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우승했다.또 남유빈이 김제덕에 이어 남자 일반부 개인전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오진혁은 코치로서 본격적으로 첫발을 뗀 대회부터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지휘해냈다.soruha@yna.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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