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24 15:41:0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작년엔 만루에 안타를 한번도 못쳤어요. 얼마나 걱정했던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이지만, 속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21)는 2024년 또한번 진화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탈락을 딛고 항저우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작년과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가 됐다.
태극마크의 경험 덕분일까. 올해 타율 2할9푼3리 14홈런 8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9를 기록했다. 특히 OPS는 10개 구단 중견수 중 단연 1위다. 유일하게 혼자 0.8을 넘겼다. '20세 이하 100안타'에만 초점을 맞췄던 지난해(0.687) 대비 눈부신 발전이다.
신예치곤 호평받던 선구안, 뜻밖의 일발 장타가 돋보이던 장타력도 스텝업했다. 출루율이 4푼, 장타율이 1할이나 올랐다. 156안타를 몰아치며 최다안타 신기록(202개)에 빛나는 레이예스의 뒤를 이어 팀내 2위였다. 선배 한동희의 롯데 21세 이하 최다안타(128개) 기록도 깨뜨렸다.
클러치히터로도 거듭났다. 지난해 윤동희의 득점권 타율은 2할6푼8리로, 자신의 타율(2할8푼7리)를 밑돌았다. 신예답게 찬스 때마다 움츠러드는 모습이 있었던 셈이다.
부산에서 만난 윤동희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작년에 제가 만루에서 안타를 하나도 못 쳤다. 기회가 10번이 넘었는데…“라며 아픈 상처를 드러냈다. 정확히는 18번의 타석에서 병살타 1개 포함 13타수 무안타, 희생플라이 2번 포함 3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주자 만루시 타율이 4할3푼8리(16타수 7안타)에 달한다. 무려 18타점. 홈런 1개, 2루타 2개를 더해 OPS가 무려 1.250이다.
“만루 때마다 가슴이 무거웠다. 중요한 상황이 많았는데 너무 아쉽더라고요. 올해는 더 과감하게 쳤습니다. 특히 '윤동희는 초구는 무조건 지켜본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쳤더니 결과가 좋았네요.“
가을야구 탈락은 아쉽지만, 윤동희 개인으로선 풍성한 한 해다. 그는 “매경기 안타 하나 이상만 치자, 장타율이나 출루율에 더 신경쓰자는 마음“이었다며 “최대한 강한 타구(하드 히트)를 날리는데 집중했어요. 타구 속도도 그렇고, 결과도 좋아진 점에 만족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장타도 늘었고, 두자릿수 홈런도 치게 됐다는 것.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에도 잘 적응했다. 초반엔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었지만, 정해진 존이 있는 이상 이를 파악하는 감각은 남달랐다.
코너 외야수로 주로 출전하던 과거와 달리 이젠 주전 중견수로서의 존재감도 뽐냈다. 특히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홈대시를 가로막는 매서운 송구까지 갖췄다.
“홈보살 잡는 것도 좋지만, 홈보살이 (좋은 의미에서)아예 없는 시즌을 원합니다. 어떤 선수들은 주자가 아예 뛸 엄두를 못내잖아요. 저도 상대 3루코치가 함부로 팔을 돌리지 못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뽑혔다. 세대교체를 슬로건으로 한다지만, 아시안게임과 달리 명백한 A대표팀이다.
홍창기(LG) 최원준(KIA) 구자욱 김지찬(이상 삼성) 이주형(키움)과 함께 예비 35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구자욱이 부상으로 빠진데다, 실력 뿐 아니라 지난해의 좋은 기억을 살리는 측면에서라도 윤동희의 선발이 유력하다.
지난해에는 합류 전날 급하게 결정되면서 한동안 대표팀 유니폼도 없이 연습했던 그다.
이번엔 다르다. 미리 체격 등에 대해 고지받았다. 문제없이 유니폼을 수령할 수 있을 전망. 윤동희는 “영광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롯데에선 윤동희와 나승엽만 35인 엔트리에 포함됐다. 고승민 손성빈 등은 수술 일정이 있어 빠졌다. 윤동희에겐 '잘하고 오라'는 격려가 쏟아졌다고.
올겨울 보완할 점은 뭘까. 윤동희는 '꾸준함'을 강조했다.
“올초부터 타격폼을 죽 찍어놓은 걸 봤는데, ABS에 적응하고, 또 강한 힘을 쓰려다보니 폼이 계속 바뀌더라고요. 결과가 좋았으니까, 내년에는 일관된 폼으로 1년 내내 치고 싶어요. 근육량도 좀 늘리려고 해요. 내년 가을야구 무대에서도 잘하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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