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이게 축구야?'

일본 J리그 선두팀이 대학팀에 패한 '대이변'을 둘러싸고 '전투축구'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현재 J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치다 젤비아다. 마치다는 지난해 J2리그에서 우승하며 창단 34년 만에 처음으로 1부리그 승격에 성공한 데 이어 올 시즌 현재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돌풍의 팀이다.

국내 축구에서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나상호와 오세훈이 소속돼 있고, 한양대 출신 수비수 장민규가 활약하고 있어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친숙한 팀이다.

한데 마치다는 최근 1부리그 선두의 체면을 구겼다. 지난 12일 열린 전일본 축구선수권대회(일왕배) 2회전 츠쿠바대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마치다를 지휘하는 구로다 츠요시 감독이 인터뷰에서 경기 운영과 상대 선수들의 비신사적 플레이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상대가 아무리 젊은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대학 선수라지만 축구를 하러 나온 것인지, 선배 선수들을 죽이려고 나온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라는 게 구로다 감독의 반발 요지다.

그는 “좌절감이 쌓이는 판정이 계속됐다. 경고도, VAR도 없었다. 판정 기준을 생각하면 상당한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경기였다“라고 분노했다.

구로다 감독은 츠쿠바대의 플레이 매너에 대해서도 “부상자가 4명이나 발생했다. 과격한 태클로 골절상도 나왔다.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지도해 주길 바란다“면서 “축구 매너의 나쁜 사례를 보였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츠쿠바대의 고이도 감독은 “약간 사고같은 상황의 부상으로 인해 상대 선수가 교체아웃된 점에 대해서는 좀 죄송하다는 말 이외는 할 말이 없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하지만 더티 플레이,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냥 열심히 했던 결과라 생각한다“고 '전투축구' 비판엔 선을 그었다.

사실 이날 경기를 복기하면 구로다 감독이 폭발할 만했다.

마치다는 이날 전반에만 2명의 선수가 부상하는 바람에 교체했다.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후반 36분 교체 투입됐던 나상호가 부상으로 나갔다. 10분 정도가 남았지만 부상 속출로 교체카드를 다 써버린 탓에 10명으로 싸우다가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연장전에서는 교체카드가 추가된 덕에 11명으로 다시 싸웠지만 결국 결승골에 실패했고, 승부차기에서는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분루를 삼켰다.

마치다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츠쿠다대와의 경기에서 부상한 선수들의 진단 결과를 일일이 공개했다. 전반 7분 만에 가장 먼저 부상으로 아웃된 장민규는 왼쪽 쇄골 골절이었고, 나상호도 왼발목 전거비인대와 삼각인대가 손상되는 등 이례적으로 안쪽-바깥쪽 인대에 복합부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드필더 야스이 타쿠야는 우경골 골간부가 부러졌고, 외인 공격수 미첼 듀크는 대퇴이두근 부상을 했다는 게 마치다 구단의 설명이다.

졸지에 부상 병동이 된 마치다 구단의 이번 경기를 두고 일본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츠쿠바대 선수들이 과했다'는 의견과 '프로팀이 대학팀에 패하고 변명하느냐'는 취지의 반박으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