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일본에 패했다.

한국은 14일 오후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코리아컵 제천 국제남자배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2-3(25-23, 25-20, 19-25, 22-25, 13-15)으로 패했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고 있던 한국은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며 분패를 당했다.

이날 한국은 세터 황택의가 아닌 한태준을 선발로 기용했다. 아포짓 신호진과 아웃사이드 히터 허수봉, 김지한, 미들블로커 차영석과 이상현, 리베로 김영준이 함께 했다.

지난 브라질전에서는 허수봉과 신호진이 각각 19, 18점을 터뜨렸다. 일본전에서는 신호진이 19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고, 허수봉이 18점을 기록했다. 김지한도 12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황택의는 1, 2세트와 4세트 교체로 투입되곤 했다. 임동혁과 정한용, 임성진도 교체로 코트 위에 올랐다.

일본을 만난 한국은 팀 블로킹과 서브에서 각각 10-8, 4-2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공격에서 59-66로 열세를 보였다.

경기 후 라미레스 감독은 “힘든 경기였다. 상대팀 정보와 영상이 없어서 1, 2세트에는 상대 플레이를 빨리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선수들에게 주문을 했다. 이후 일본 세터의 플레이가 많이 변했다. 그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 2세트 때 선수들이 긴장을 늦춘 것 같았다. 그 기세로 인해 3세트를 넘겨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다.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기록지만 봐도 양 팀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파이널 세트에서 일본이 실수 없이 좀 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브라질을 3-1로 꺾었지만 일본에 패하면서 1승1패를 기록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모든 결과에는 책임이 따른다. 승리를 할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승리와 패배를 할 때도 같은 팀으로서 해야 한다. 승리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감독의 책무이지만, 패배했을 때 선수들에게 더 많은 교훈을 주고 어떻게 수정과 보완을 해야할지 알려주는 것 또한 내 일이다. 오늘 경기에 패했지만 선수들에게 불평할 것은 없다.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힘줘 말했다.

선발 세터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브라질전 이후 황택의가 무릎, 허리 통증을 느껴서 컨디션적으로 오늘 출전시키지 못했다. 무리하게 출전시켰다가는 대회를 못 치를 수도 있다”면서 “한태준도 믿었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에서는 1번 옵션이었다. AVC 챌린지컵에서도 항상 승리에 도움을 준 선수다. 늘 6명의 스타팅 멤버로 시작해서 끝날 수 없다. 선수들에게 항상 준비해달라고 했다. 모두가 소중하고 필요한 선수다”며 ‘원 팀’을 강조했다.

경기 후 만난 한태준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짙었다. 한태준은 “3세트부터 서브가 리베로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감독님이 말한대로 라인 쪽으로 붙여서 때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전체적으로 이단 연결이 불안했다. 이 경우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한태준은 지난 2023-24시즌 V-리그 우리카드 소속으로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베스트 세터로도 선정됐다. 그에게 국제대회는 또 다르다. 한태준은 “특히 해외 선수들 중 미들블로커 포지션의 리딩 능력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폼을 하고 공을 올려도 다 따라다닌다. 오늘도 상대 미들블로커 키가 작긴 했어도 블로킹 들어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끝으로 한태준은 “생각보다 많은 관중들이 찾아오셨는데 승리를 거두지 못해서 죄송스럽다”면서도 “이렇게 계속 부딪혀야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릴 때까지 같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라미레스 감독은 대회 내내 강한 서브를 주문하고 있다. 그는 “내가 생각한 배구는 퍼즐이다. 승리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각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 서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어디든 서브를 넣을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 또 미스할 수 있는 리스크도 갖고 있다. 지금 정도의 수준에서는 좀 더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서 C패스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인 배구다. 그 리스크를 감수하는 동시에 강한 서브를 넣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오는 16일 오후 4시 호주와 격돌한다. 라미레스 감독은 “선수들은 잘 해줬다. 호주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_제천/이보미 기자, 대한배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