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최정 홈런 없으면 못 이긴다고? 기습번트 하나가 경기를 바꾸기도 하지.

SSG 랜더스는 1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7대1로 완승했다. 귀중한 승리였다. 12일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데다가, 13일 경기 선발 매치업에서 밀렸다. 상대는 에이스 네일이고, SSG는 직전 경기 난타를 당했던 시라카와였으니 세상 100% 확률은 없다지만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경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힘 빠지는 소식이 경기 전 하나 더 날아들었다. 간판타자 최정이 이석증으로 이날 경기 출전 불가했던 것. 스트레스성으로 어지럼증을 느낀 최정을 무리 시켜 출전시킬 수 없었다. 18홈런 57타점 타자가 빠지는 건, 장기에서 차를 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이겼다. 그것도 완벽하게, 깔끔하게. 선발 시라카와는 5이닝 5삼진 1실점 쾌투를 펼쳤다. 타선도 네일을 무너뜨렸다. 4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하던 네일은 5회 5실점하며 무너졌다. 1점대이던 평균자책점이 2.21이 되는 충격을 맛봐야 했다.

한유섬의 결정적 스리런포가 가장 인상깊었지만, 사실 5회 대량득점의 물꼬를 튼 건 최정 대신 선발 출전한 대학 얼리 신인 정준재였다. 선두로 나온 정준재는 기습번트 한 방으로 답답하던 SSG 혈을 뚫어줬다.

초구 투심패스트볼이 들어오자 투수와 1루수 사이로 정확히 번트를 댔다. 마음 먹고 나온 듯, 초구에 아주 정확한 코스로 공을 보냈다. 몸을 숙인 네일이 공을 잡았다면 아웃이었겠지만, 간발의 차이로 공이 빠져나갔다. 세이프.

이 번트 안타 하나가 시작이었다. 네일은 박지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상대 최지훈이 희생 번트 실패로 찬스를 무산시키는 듯 했지만, 힘이 빠진 네일은 박성한과 에레디아에게 연속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그리고 한유섬에게 통한의 스리런포를 허용하며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정준재의 번트가 네일을 무너뜨리는 데 모든 역할을 했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순항하던 네일의 힘이 빠지게 한 건 분명하다. 5회 들어 체력적으로 힘들 시점, 선두타자가 초구에 생각지도 못한 기습번트 안타를 성공시켜버리면 투수 심적으로 허무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정준재 안타 전까지 4이닝 동안 네일 상대 안타 3개로 고전하던 SSG 타선이었다.

최정은 SSG에서 대체불가한 타자다. 승기를 가져오는 결정적 홈런과 타점을 밥 먹듯 쌓아주는 선수다. 하지만 때로는 장타보다 기습번트 하나가 경기에 큰 ㅕㅇ향을 미칠 때도 있는 법이다. 정준재가 이를 제대로 보여줬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