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12 22:40:00]
[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반전의 결과다. LG 트윈스가 막아서 승리를 거뒀다. 올시즌 내내 괴롭히던 불펜 불안으로 인해 포스트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강팀이란 인식을 보여주지 못했던 LG였으나 염경엽 감독의 과감한 결정이 강력한 마운드의 팀으로 바꿨다.
바로 1선발로 영입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왼손 에이스 손주영의 불펜행이 LG를 플레이오프로 올린 '신의 한수'가 된 것.
구위가 뛰어난 둘이 불펜으로 간 것이 어떻게 보면 반대의 결정이 아니었을까.
LG는 선발 5명이 모두 좋았다. 디트릭 엔스는 13승을 거뒀고, 임찬규가 10승, 손주영이 9승, 최원태가 8승을 올렸다. 에르난데스는 시즌 후반에 와 3승2패 1세이브 1홀드를 기록했다.
이중 구위가 좋은 투수를 꼽으라면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이 앞쪽에 들어간다. 당연히 이들이 선발로 등판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상황.
그러나 염 감독은 반대로 이 둘을 불펜으로 돌렸다. 에르난데스는 미국에서 불펜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해도 손주영은 구단에서 선발로 키워온 터라 불펜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LG가 올시즌 좋은 경기를 펼치다가 경기 막판 불펜 불안으로 넘겨준 경기가 많다보니 염 감독은 오히려 불펜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이것이 준PO를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마무리 유영찬이 준PO를 앞두고 부친상을 당해 장례식을 치르고 오느라 밸런스가 좋지 않으면서 둘을 불펜으로 돌인 것이 더욱 잘한 결정이 됐다.
에르난데스는 1차전부터 5차전까지 전경기에 등판해 7⅓이닝 동안 117개의 공을 뿌리는 투혼을 선보였다.
4차전에선 8,9회를 던지며 투구수 32개를 기록했는데 10회초에 점수가 나면 10회말에도 등판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투혼을 불살랐다. 그런 팀을 위한 헌신의 마음이 LG 선수단에게 전해지며 에르난데스는 더욱 선수들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5경기를 던지며 실점이 전혀 없었다. 피로도가 있다보니 안타를 내주기도 하고 볼넷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끝내 실점은 없었다. 2차전 홀드, 3차전과 5차전 세이브로 이번 준PO에서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00의 철벽을 과시했다.
손주영은 1,2차전에선 몸만 풀다가 등판하지는 못했고, 3차전에 최원태가 일찍 강판되면서 조기 등판해 선발처럼 5⅓이닝을 던졌다. 단 2안타만 내주고 7탈삼진과 함께 무실점. 손주영의 호투덕에 LG는 6대5의 승리를 거두고 1패후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손주영은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었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겪은 큰 환호성과 올시즌 매진 경기에서 던진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피칭을 할 수 있었고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된 국내 투수 역대 42번째 선수(LG 5번째)가 됐다.
5차전엔 임찬규에 이어 7회초에 등판해 2이닝을 책임지는 셋업맨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무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첫 홀드도 달성.
LG 불펜진이 던진 24인이 중 손주영과 에르난데스가 1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그것이 결국 LG가 플레이오프로 갈 수 있는 힘이 됐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불펜 전략이 달라진다. 손주영이 선발로 돌아가고 에르난데스는 마무리로 들어간다. 선발과 에르난데스 사이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래도 이번 준PO에서 소득이 있었다. 연장접전을 펼쳤던 4차전서 플레이오프에서 쓸 수 있는 필승조를 봤기 때문이다. 당시 선발 엔스가 4회에 내려가면서 불펜이 조기 등판하는 상황이었는데 김진성 유영찬이 나온 뒤엔 함덕주가 1⅓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백승현도 10회말에 나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11회에 또 나와서는 2루타와 자동 고의4구를 내준 뒤 야수선택으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허용하긴 했지만 10회의 모습이 좋아 1이닝 정도는 충분히 기대해 볼수 있었다. 11회말 무사 만루에서 등판한 정우영은 2022년 홀드왕 답게 위기에서 오히려 더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배정대를 2루수앞 땅볼로 유도해 3루주자를 홈에서 잡아냈고, 대타 천성호는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심우준에게도 빗맞힌 타구를 유도했지만 자신이 잡지 못하면서 뒤로 흘렀고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가 잡으려다 부딪히는 바람에 끝내기 안타가 됐지만 정우영의 투구는 나무랄데 없었다.
염 감독은 “김진성 유영찬 에르난데스를 중심으로 해서 함덕주 정우영 백승현 등으로 돌아갈 것 같다“라고 했다. 이런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 높은 집중력으로 자신의 피칭을 한다면 당장은 물론 내년시즌 불펜 고민도 사라질 수 있다.
염 감독은 “삼성이 치면 우리도 치면 된다“면서 “우리도 대구에선 빅볼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이 6명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타선에서는 절대 삼성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 “중간 싸움이 중요한데 삼성의 중간도 그렇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서 어느 팀이 타격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이느냐에 따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불펜이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선이 터지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삼성 타선이 워낙 좋기 때문에 현재의 불펜으로 완벽하게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 타선이 터져야만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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