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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내와 부모님이 울고 있을 것 같다. 가족부터 만나고 싶다.“

한국 장애인사격의 믿음직한 대들보이자 '세계챔피언'인 박진호(47·강릉시청)에게 패럴림픽 무대는 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었다.

그간 무수히 많은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또 스스로 갈아치웠다.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챔피언이다. 세계선수권과 사격월드컵에서 수도 없이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신기록도 여러번 세웠다. 세계랭킹도 1위다. 하지만 패럴림픽 금메달은 아직 딴 적이 없었다. 지난 2020년 도쿄패럴림픽 때는 마지막 순간 갑작스러운 고관절 경련이 생기며 제대로 사격할 수 없었다. 결국 겨우 0.1점 차이로 금메달을 놓쳤다.

그래서 박진호는 더욱 더 2024년 파리패럴림픽 무대를 벼르고 있었다. 모든 준비를 파리패럴림픽에 맞추고 준비를 완벽하게 끝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에 이어 올해 창원 장애인사격월드컵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파리패럴림픽 준비를 마쳤다. '모의고사 만점'을 받아놓고 수능을 기다린 셈이다.

이런 철저한 준비는 결국 박진호의 오랜 목마름을 해갈해줬다. 31일 오후(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패럴림픽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9.4점을 기록해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247.7점)을 여유있게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박진호는 사격선수 커리어에서 늘 공백으로 남아있던 부분을 완벽하게 채웠다. 세계챔피언이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한층 더 진화한 셈이다. 박진호는 “세계신기록도 다 내가 세우고, 세계선수권과 월드컵도 우승했는데 패럴림픽은 늘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이제 내 안에 비어있던 곳이 꽉 찬 느낌이다. 희열을 느낀다“며 격한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결선에서 박진호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첫 10발에서 103.1점을 쏘며 마틴 블랙 요르겐센(덴마크), 안드리 도로셴코(우크라이나)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지만, 14번째 슈팅에서 9.8점을 쏘는 바람에 5위까지 떨어졌다. 뒤에는 한 명 밖에 없었다. 15, 16번째 슈팅에서 역전당하면 탈락이다.

그러나 '세계챔피언'의 위용은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15, 16번째 발에서는 각각 10.4점을 쏴 얀 빈터(덴마크)를 0.9점 차로 제치고 탈락 위기를 넘겼다. 박진호는 17번째 발에서 10.5점을 쏴 3위로 올라서며 다시 메달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18번째 발까지 쏜 뒤 1위 도로셴코와의 격차는 0.6점이었다. 21번째 발에서 10.6점으로 드디어 선두에 오른 박진호는 이후 남은 세 발 동안 리드를 지켰다.

박진호는 “사격할 때 시계가 눈에 보이는 것은 좋아하는데, 이 곳에서는 고개를 돌려야 볼 수 있었다. 걱정이 됐는데, 또 적응이 됐다. 충분히 더 호흡하고 내 페이스를 찾았다“고 밝혔다.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박진호는 “생각보다 무겁다“고 했다. 금메달의 무게 뿐만 아니라 그 메달을 따기까지 주위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들의 면면이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박진호는 “아내와 가족이 집에서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고 있는데, 아마 엄청 울고 있을 것이다. 얼른 돌아가 가족부터 만나고 싶다“면서 “부모님께는 '그동안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박진호는 같이 사격을 하는 아내 양연주 씨에게 “연주야, 오빠 금메달 따서 간다. 사랑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진호는 강주영 강릉시청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제일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다. 강릉에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내가 물을 가려마시는 것을 알고 따로 생수까지 공수해 주셨다“면서 “또한 강릉시장님과 담판을 지어서 강릉시청 선수들은 전부 비즈니스석를 타고 올 수 있었다. 중증장애 선수들이 비즈니스석을 타는데, 감독님이 배려해주셨다“고 밝혔다.

파리(프랑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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