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31 06:00:29]
[점프볼=최창환 기자] 이뤄질 듯 이뤄지지 않았던 디온테 버튼(30, 194cm)의 KBL 컴백이 마침내 성사됐다. KBL 팬들에게 익숙했던 초록색 유니폼은 아니지만, 그가 지닌 화력과 영향력은 여전했다. 외국선수 제도가 바뀌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슈퍼팀’ 부산 KCC를 지켜볼 이유가 늘어난 것도 분명하다. ‘왕의 귀환’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자이언 이전의 자이언” 폴 조지의 극찬
버튼을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얘기. 폴 조지다. 조지는 오프시즌에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4년 최대 2억 1200만 달러(약 2928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은 슈퍼스타다. 버튼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뛸 당시 에이스였으며,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버튼을 극찬해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이 선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 텐데…. 오클라호마시티에 있을 때 버튼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버튼은 왜 경기를 못 뛰는 거야?’라고 물어봤다. 그는 가비지타임만 뛰었기 때문에 NBA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팀이 그를 가둔 것이다. 나는 버튼이 훈련하는 모습과 G리그 경기도 모두 지켜봤다. 마치 자이언 이전의 자이언 같았다. 황소 같은 근육질까지 지녔는데 지금은 NBA에서 볼 수 없어서 아쉽다.” 버튼과의 인터뷰는 이 얘기로 시작됐다.
폴 조지가 인터뷰를 통해 극찬했다. 기사를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출전시간이 적은 선수였던 나를 언급해 줬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굉장히 좋은 평가까지 해줬다. 너무 기뻤고, 내가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국내 팬들도 NBA 도전을 응원했다. 나 역시 오클라호마시티에 콜업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웠다. 콜업 당시 기분은 어땠나?
당연히 기뻤지만, 그 감정은 금방 정리했다. 그래야 했다. NBA에 가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음 과제도 완수하겠다는 마음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2018년 10월 20일 LA 클리퍼스를 상대로 데뷔 경기를 치렀다. 55초만 뛰었지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긴장되긴 했지만 특별한 감정이 들진 않았다. 대학, KBL 첫 경기를 치를 때와 똑같은 정도의 긴장감만 갖고 코트로 나섰다.
콜업된 후 NBA리거로 뛰었고, 이후 G리그를 거쳐 다시 NBA에 올라오는 과정을 반복했다. 험난한 과정을 통해 NBA에서 치른 73경기를 돌아본다면?
굉장히 긴 이동 거리를 소화해야 했고, 그만큼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콜업될 수 있다는 가능성, 희망을 안고 운동을 했다.
NBA 선수 가운데 롤모델이 있다면?
롤모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농구를 통해 다져진 소중한 인연들은 있다. 폴 조지, 러셀 웨스트브룩에게는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고 조언을 구한다. 또한 스티븐 아담스는 친형 같은 존재다. 언급한 선수들 모두 올 시즌을 잘 치렀으면 한다.
최근 폴 조지가 무릎을 다쳤는데 심한 부상은 아니라고 한다.
농구를 하다 보면 선수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니 다행이다.
DB의 버튼? 모두의 버튼이었다
버튼은 마지막 외국선수 드래프트가 된 2017 드래프트 출신이다. 아이오와주립대 졸업 후 NBA 드래프트에 도전했으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서머리그에서도 목표를 못 이루자 KBL에서 프로선수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2순위로 원주 DB의 선택을 받은 버튼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탄탄한 몸과 기본기를 앞세운 1대1 공격, 차원이 다른 탄력을 앞세운 덩크슛을 앞세워 KBL을 지배했다.
이니셜까지 DB여서 DB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물론, ‘모두의 버튼’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KBL 팬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버튼은 54경기 평균 23.5점 3점슛 1.5개 8.6리바운드 3.6어시스트 1.8스틸 1.1블록슛으로 활약, 약체로 분류됐던 DB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외국선수 MVP는 당연히 버튼의 몫이었다. 108표 가운데 102표를 얻었다. 단 한 시즌이었지만, 버튼은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빼면 모든 것을 이뤘다.
2017-2018시즌 올스타 팬 투표에서 3위까지 올랐다. KBL 팬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였고, 외국선수 최초로 인기상도 수상했다. 그 정도로 DB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외국선수였는데?
DB 팬들은 어메이징했다. 선물도 많이 받았다.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은 만큼 그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치렀다. 물론 다른 팀 팬들 역시 많이 응원해 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감사드린다.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DB는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버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는데 DB의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을 꼽는다면?
사람들은 DB를 과소평가했다. DB는 그들의 예상보다 더 단단한 팀이었다. 선수들끼리도 신뢰도가 높았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은퇴 시즌을 치렀던 베테랑 김주성은 DB의 감독이 됐다. 선수 시절 김주성은 어떤 동료로 기억에 남아있나?
좋은 동료이자 멋진 리더였다. 항상 집중력을 유지하며 훈련에 임한 선수로 기억에 남아있다. 은퇴 시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승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이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최근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7-2018시즌을 치른 후 다시 NBA에 도전했다. 단신 외국선수의 신장이 높아져 2018-2019시즌에 등록된다면 장신으로 분류되지만, DB는 당시 사령탑이었던 이상범 감독이 미국까지 찾아갈 정도로 재계약을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NBA에 도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버튼의 KBL 컴백은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DB로 돌아오지 못한 것에 대해선 DB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DB 팬들이 어떤 감정이 생길지 잘 알고 있다. 나도 DB 팬들이 보고 싶었다. 아쉽겠지만 나는 DB 이외의 KBL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KCC에서 뛰게 된 만큼, KCC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겠다.
“최준용은 KBL의 드레이먼드 그린”
KCC가 당초 염두에 뒀던 1옵션은 버튼이 아니었다. NBA에서 활약했던 그렉 먼로를 최우선 후보로 점찍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다. KCC로선 전화위복이었다. 버튼 역시 DB의 러브콜을 거절한 후 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한 CBA(중국리그) 팀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었지만, 끝내 사인을 하지 못했다.
KCC가 버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 시즌에 ‘슈퍼팀’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성적을 거뒀던 KCC는 돌아온 버튼과 함께 KBL 출범 후 단 두 팀만 달성했던 2연패에 도전한다.
NBA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했는데 KBL로 돌아오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는?
한국을 사랑했고, 항상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다. 먼저 계약을 제안한 DB가 아닌 KCC와 계약한 것에 대해 오해하는 팬들, 관계자들이 많다.
타이밍이 어긋났다. CBA 팀과의 계약이 무산된 직후 DB에 연락했는데 DB는 이미 외국선수 2명과의 계약이 마무리된 상태였다. 그 시점에 KCC로부터 제안을 받아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DB보다 KCC를 우선순위로 뒀던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KCC가 지닌 경쟁력은 어떻게 느껴지고 있나?
정말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수가 많아 기대된다. 물론 우승을 위해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준용은 SK가 DB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저지할 때만 해도 데뷔 2년 차 신예였다. 버튼이 NBA에서 뛰는 동안 정규리그 MVP로 선정되는 등 큰 성장세를 이뤘다.
MVP를 받았다는 건 몰랐지만, 당시에도 그 정도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던 선수다. 나에게 당시 챔피언결정전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준용은 상대하기 싫은 선수였는데 같은 팀이 되어 뛰어보니 큰 힘이 된다. 나처럼 경쟁심이 투철한 선수다.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 같은 존재다. 같은 팀이면 좋은데 상대로 만나면 싫은 유형이다(웃음). 코트 밖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타일러 데이비스는 부상으로 인해 시즌 개막 전 퇴출됐다. 오클라호마시티 산하에서 함께 NBA리거라는 꿈을 키웠지만, 데이비스는 부상으로 인해 커리어가 꼬이고 있다. 격려의 한마디를 남긴다면?
어느 리그에서 뛰든,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인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되길 바란다.
DB에서 뛸 때는 외국선수 2명이 함께 뛸 수 있는 쿼터가 있었다. 외국선수들 가운데 단신인 데다 당시와 달리 현재는 외국선수가 1명만 뛸 수 있어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물론 외국선수 2명이 함께 뛴다면 매우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충분히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다. KCC는 좋은 선수가 많은 팀이고, 나는 굳이 덩크슛을 안 해도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KBL컵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과거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그가 터프해졌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예를 들어 예전에는 파울이었던 상황이었는데 컵대회에서는 파울로 선언되지 않았다. 나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7년 전과 비교한다면 플레이 스타일, 내면은 어떻게 성장했나?
스킬이 더욱 다양해졌고, 운동능력에 의존하는 공격은 적어졌다. 무엇보다 경험치가 많이 쌓였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7년 전 버튼과 지금의 버튼이 맞붙는다면, 지금의 버튼이 큰 점수 차로 이길 것이다. 물론 운동능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운동능력을 앞세운 공격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KBL컵에서 단 2경기만 치러 표본이 적지만, 3점슛 시도가 굉장히 많았고 성공률도 높았던 게 인상적이었다. 이 역시 성장한 부분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경기를 거듭하다 보면 더 안정적인 3점슛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 버튼은 DB 시절 평균 4.6개의 3점슛을 시도해 1.5개(성공률 33.3%)를 넣었다. 컵대회 2경기 기록은 8.5개 시도, 4.5개 성공. 성공률은 52.9%였다.
대학이나 NBA에서는 등번호가 30번이었는데 DB, KCC에서는 15번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DB 시절 사용했던 등번호가 15번이어서 이번에도 똑같은 등번호를 쓰기로 했다. 사실 KCC에서는 4번을 사용하고 싶었는데 영구결번(추승균)이라고 하더라. (4번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나는 밀워키 출신인데 밀워키의 지역번호가 414다. 4가 많이 들어가서 4를 사용하고 싶었다. 밀워키는 미국에서 30번째 주로 승격됐던 도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30번을 달고 뛰었다.
KBL 출범 후 2연패는 단 두 팀만 달성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KCC가 최초로 2연패를 이뤘던 팀인데 올 시즌에 대한 목표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보장된 게 없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 노력해야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시즌을 치르겠다. 결과는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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