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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구도' 부산의 야구 사랑, 올해도 뜨겁다.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 사직구장에서 치른 41차례 홈 경기를 찾은 관중 수는 총 67만4902명, 경기당 평균 1만6461명이다. 지난해보다 누적 관중이 23% 증가했고, 수입도 마찬가지. 이대로면 롯데가 마지막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7년 이후 7년 만에 사직구장 100만관중 시대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관람 환경은 '전국 최악'이다.

비가 오면 더그아웃이 수영장이 되고 건물 곳곳에 물이 새며 악취를 내는 건 이제 흔한 풍경. 관중석 계단 경사가 급격하고 미끄러워 안전 사고 문제에 관계자들의 신경이 곤두 설 수밖에 없다. '세입자'인 홈팀 롯데가 적잖은 돈을 들여 보수에 보수를 거듭했지만, 한계에 도달한 지 오래다.

이럼에도 부산 야구 팬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부산에도 새 야구장이 곧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부산시는 오는 2026년 사직구장 재건축을 시작할 계획이다. 사직구장을 허문 자리에 최신식 개방형 구장을 짓는 구상을 마쳤다. 재건축이지만 사실상 신구장이 들어서는 셈. 2만1000석 규모로 그동안 뜨거운 열기와 상반된 인프라로 아쉬움을 남겼던 '구도' 부산의 자존심을 끌어 올려줄 명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계획만 잡혔을 뿐, 실행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사직구장 재건축 기본계획에 따르면 총 사업비 3620억원 중 부산시가 2146억원을 책임지고, 롯데그룹이 817억원, 문화체육관광부가 299억원을 부담할 계획이었다. 롯데그룹은 2021년 부산시와 맺은 업무협약 체결에 따라 일찌감치 지원비를 마련해놓은 상태. 그러나 2000억원 이상을 책임지겠다던 부산시가 정부와 국비 지원액을 여전히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구장 확보도 진척이 없다. 부산시는 재건축 기간 사직구장 인근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임시 구장으로 활용할 계획. 하지만 이 곳을 홈구장으로 쓰는 K리그 부산 아이파크 뿐만 아니라 육상 등 타 종목 반발에 대한 교통정리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아시아드주경기장 임시 구장 계획만 나왔을 뿐, 언제 전환 공사를 시작해 몇석 규모로 어떻게 활용할 지 구체화 된 게 없다. 사실상 대체 구장이 확보가 되지 않은 셈이다.

사직 신구장 건축은 2021년 취임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공약 사업. 이듬해 재선에 성공한 뒤 사업이 탄력을 받고 구체화됐다. 그동안 선거철마다 단골 공약 사항이었음에도 누구도 지켜지 않아 냉소했던 사직 신구장이 현실화되면서 롯데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팬 모두가 환영일색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다시 '공수표'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예상케 할 만하다.

잠실구장은 철거가 확정됐다. 서울시는 9일 잠실돔 건설 기간 LG 트윈스-두산 베어스가 잠실 주경기장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임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페넌트레이스 기간 1만8000석, 포스트시즌엔 안전 조치 전제 3만석 규모로 확장한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만들어졌다. 2021년 적격성 조사를 완료한 잠실돔 사업은 시의회 상임위 가결 및 본회의 통과-민간투자사업 제안 및 서류 평가-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대체 구장 조성안까지 착실하게 이어져 왔다.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과 여러모로 비교되는 행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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