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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분해서 잠을 못 잤습니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는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배팅, 수비 훈련을 건너 뛰었다. 대신 러닝으로 땀을 내며 몸을 풀었다. 원래 오후 2시 경기를 앞두고는 훈련을 건너뛰는 루틴이 있는데, 밤잠까지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컨디션 조절을 위한 결정이었다.

잠을 못 잘만 했다. 25일 열린 3차전. 팀이 2-4로 밀리던 9회초 2사 만루 찬스. 삼성 마무리 김재윤의 초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좌익선상으로 날아갔다. 파울 라인 안쪽으로만 떨어지면 최소 동점, 역전까지 기대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파울. 박찬호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2구째 슬라이더에 3루 땅볼로 아웃되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4차전을 앞두고 만난 박찬호는 “분해서 잠이 안 오더라“고 말하며 “치는 순간 끝났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팅이었다. 하늘이 삼성쪽 편을 들어준 것 같다“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박찬호는 이어 “나는 치는 순간 '됐다'고 했다. 타이밍은 완벽했다. 다만 공이 완전 몸쪽 라인을 걸쳐 들어왔다. 몸쪽으로 공 하나만 몰려 들어왔다면, 단순히 안타가 아니라 홈런이 될 수 있을 정도의 타이밍이었다. 노리고 친 공이라 더욱 아쉬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도 박찬호는 1, 2차전 무안타 부진을 깨고 3차전 멀티히트로 살아났다. 박찬호는 “1차전 시작이 비로 연기되고 하며 뭔가 꼬였다. 또 첫 타석 초구 노리던 공을 쳤는데 그 공이 파울이 되며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생각했던 플랜이 있었는데, 첫 단추가 잘 꿰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뛰고 싶은 한국시리즈였는데“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3차전에서 감을 찾은 게 다행이다. 박찬호는 “3차전 첫 두 타석도 노리는 공을 쳤는데 안 되더라. 힘이 많이 들어갔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세 번째 타석은 연체동물처럼 힘을 빼고 쳤다. 그런데 공은 충분히 빠르게 가는 걸 보고 '이거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가 감을 찾은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못 쳐도 1, 2차전처럼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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