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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승수와 탈삼진은 외국인 급이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이 선수만 보면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질 듯 하다. 주인공은 '예비 FA' 엄상백이다.

엄상백은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 선발로 등판, 7⅓이닝 3실점 호투로 팀의 6대3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투수. KT는 엄상백의 활약 속에 부산 원정 위닝시리즈를 조기 확보했다. 꼴찌 경쟁을 하다, 이제 혼자 5위 싸움쪽에 쓱 발을 붙이는 모양새다. 롯데와 한화 이글스가 부침을 겪는 사이 KT는 5위 SSG 랜더스에 2.5경기차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8위 한화와의 승차는 2경기로 벌린 상태다.

지난해 꼴찌에서 2위 기적을 쓴 KT. 올해도 초반 최하위권으로 떨어지며 “올해는 진짜 위기다. 못 올라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그게 엄상백이었다. 엄상백도 개막 후 7경기에서는 1승6패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5월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5월 이후 11경기에서는 7승1패다. 1승6패던 시즌 성적이 8승7패가 된 것이다. 믿기 힘든 반전이다. 매번 승리가 날아가는 쿠에바스의 불운, 고영표의 부상 장기 이탈 악재 속 엄상백의 반등이 없었다면 KT는 정말 완전히 무너졌을지 모른다.

야금야금 올라오더니, 이제는 외국인급 존재감을 드러내주고 있다. 엄상백은 롯데전 커리어 한 경기 최다 이닝 기록을 세웠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완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벌써 8승이다. 헤이수스(키움)에 이어 다승 공동 2위다. 8승 투수가 엄상백 포함 7명이라 많기는 한데, 중요한 건 그 중 토종 투수는 엄상백이 유일하다. 승수가 가장 많은 8명 중 유일한 한국 선수라는 의미다.

시즌 초반 부진에, 매경기 실점이 없는 스타일은 아니라 평균자책점은 5.06으로 높다. 하지만 엄상백이 위력적인 건 탈삼진. 롯데전 6삼진을 추가하며 시즌 탈삼진 수가 106개가 됐다. 이 부문 전체 5위. 삼진 역시 1위부터 9위까지 엄상백 제외 전부 외인이다. 1위 하트(NC)는 119개라 차이가 조금 있지만, 2위 코너(삼성)는 110개로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

엄상백은 올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선발 전환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간의 성적이 '초대박 계약'의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는 조금 부족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FA 계약은 행운도 따라야 하는 법이다. 자격 직전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면, 그에 대한 가치가 확 오를 수 있다. LG 트윈스 임찬규도 지난 시즌 깜짝 14승에, 29년 만의 우승까지 안기며 50억원 대박을 친 사례가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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