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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천당과 지옥 오간 키움, 마운드의 명과 암.

키움 히어로즈가 웃다 울었다. 그나마 경기에서 이긴 게 다행. 만약 결과까지 뒤집어졌다면 시즌 전체 농사를 완전히 날리는 대참사에 휩싸일 뻔 했다.

키움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10대7로 이겼다. 25일 9회말 2사 기적의 역전승에 이은 2연승.

하지만 경기 후 키움쪽은 웃지 못했다. 꼴찌팀이 연승인데 왜 그랬을까.

사실 9회초 전까지는 기분 좋았다. 에이스 후라도가 선발로 등판해 7이닝 압도적인 피칭을 해줬기 때문이다. 후라도는 이날 삼진을 무려 13개나 잡았다. 구단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키움 소속 외국인 선수 한 경기 최다 탈심진 기록은 밴헤켄이 갖고 있었다. 2016년 9월2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과 2017년 8월1일 고척 SK 와이번스전 12삼진이었다.

삼진 2개만 더 잡았다면 KBO리그 새 역사를 쓸 뻔 하기도 했다. 최고 기록은 14삼진으로 바티스타, 밴덴헐크, 소사, 폰트, 플럿코 5명의 선수가 보유하고 있다.

후라도가 신나게 공을 던지는 사이 타선은 7회말까지 10점이나 냈다. NC가 사실상 수건을 던진 경기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9회초가 끝나지 않았다. 키움이 자멸할 뻔 했다. 점수차가 워낙 크니 박승주를 내보내 경기를 마무리하려 했는데, 박승주가 볼넷 3개와 사구 1개를 허용하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쎄한 느낌을 받은 키움 벤치는 문성현을 투입했지만, 문성현도 몸을 제대로 못 풀었는지 볼넷 행렬에 동참했다. 졸지에 키움이 5점을 따라붙었고, 세이브 요건까지 만들어지자 부랴부라 조상우까지 투입했다. 조상우에게 세이브를 챙겨주려는 게 아니라, 이러다 정말 10점차 경기를 역전 당할 위기였다.

믿었던 조상우도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렸지만, 어렵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에만 볼넷 8개에 사구 1개가 나왔다. 한 팀이 한 이닝에 내준 4사구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불명예를 남기고 말았다. 종전 기록은 8개였다. 1994년 6월24일 전주 쌍방울 레이더스전에서 한화 이글스가, 2019년 6월1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두산 베어스가, 2021년 4월29일 고척 키움전에서 두산이, 2024년 5월3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NC가 한 이닝 8 4사구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허약한 키움 마운드의 민낯이 드러난 경기다. 그나마 후라도, 헤이수스 두 외국인 원투펀치가 호투를 해주며 꾸역꾸역 승수를 쌓고 있다. 두 사람이 나오는 경기는 승률이 매우 높다. 두 사람 모두 나란히 8승씩으로 다승 공동 1위다.

하지만 두 사람 외 믿을 만한 선수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원기 감독은 3~5 선발이 아니라 3선발 한 자리만이라도 제대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불펜도 시즌 내내 고정 마무리가 없다. 정해진 필승조도 없다. 그런 와중에 믿을맨 김재웅까지 군대에 가버리니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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