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27 12:23:00]
에릭손 감독 가족측은 27일 공개 서한을 통해 에릭손 감독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긍정적인 마음과 큰 용기로 병마와 싸웠지만, 이젠 끝이 났다. 우리는 그의 삶에 대한 열정, 용기,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도 삶을 최대한 살려는 의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지지와 응원을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에릭손 감독은 올초 불치의 췌장암 진단을 받고 반년 넘게 투병 생활을 했다.
전 세계 축구계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지난 6월 스웨덴에서 직접 에릭손 감독을 만났던 전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데이비드 베컴은 “우리는 함께 웃고, 울었다. (만나는 순간)우리의 작별인사라는 걸 알았다“며 “당신은 항상 열정적이고, 배려심 깊고 침착한, 진정한 신사였다. 항상 그런 사람으로 남아줘서 고맙다“고 개인 SNS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나를 당신의 주장으로 뛰게 해줘서 영원히 감사하다“고도 적었다.
에릭손 감독에 의해 17세 나이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데뷔한 웨인 루니도 “정말 특별한 분이었다. 당신의 모든 조언과 도움, 함께했던 추억에 감사하다“고 추모했다.
윌리엄 왕자는 “나는 에릭손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일 때 여러차례 만난 적이 있다. 나는 항상 그의 카리스마와 스포츠에 대한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추억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영국축구협회(FA)를 비롯해 에릭손 감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구단, 축구스타들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에릭손 감독은 1970~80년대 스웨덴 클럽 예테보리에서 두각을 드러낸 뒤 벤피카(포르투갈), AS로마, 피오렌티나, 삼프도리아, 라치오(이상 이탈리아) 등에서 성과를 냈다. 라치오에서 1998~1999시즌 유럽 컵 위너스컵, 1999~2000시즌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2001년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신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02년 한-일월드컵, 유로2004,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메이저 3회 연속 8강 진출을 이끌었다.
한-일월드컵 직전 히딩크호와 친선전을 펼쳐 박지성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1대1로 비겼다. 에릭손 감독은 당시 영국 언론을 통해 개최국인 한국이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낙관을 꺼냈다. 이날 경기는 역사상 유일한 한국과 잉글랜드의 A매치로 남아있다.
2006년 잉글랜드를 떠난 에릭손 감독은 이후 맨시티(2007~2008년), 멕시코 대표팀(2008~2009년), 코트디부아르(2010년), 레스터시티(2010~2011년), 광저우R&F(2013~2014년), 상하이상강(2014~2016년), 선전(2016~2017년), 필리핀 대표팀(2018~2019년) 등을 이끌었다. 장장 42년에 걸쳐 왕성하게 활동했다. 전성기 시절, 다양한 스캔들에 연루된 영국 가십지의 단골 손님이었다.
지난 1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은 에릭손 감독은 3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받았다. 평생 응원하던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로 초대를 받아 리버풀 레전드를 지휘했다. 6만명 가까운 팬들은 에릭손 감독을 향해 리버풀 응원가 '당신은 홀로 걷지 않아'를 열창했고, 에릭손 감독은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약스 레전드와 경기를 4대2 승리로 마치고 “리버풀 벤치에 앉는 건 내 평생의 꿈이었고, 이제야 그 꿈이 이뤄졌다. 참으로 아름다운 날“이라고 감격적인 소감을 남겼다.
에릭손 감독은 새로 공개된 다큐멘터리 '스베니스'를 통해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스웨덴 베름란드에 위치한 자택 거실 의자에 앉아 “아름다운 긴 인생이었다. 나를 웃으며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토르스비에서 자랐고, 순네에서 태어났다. 나는 항상 그곳이 잠을 들 수 있는 장소로 여겼다. 이곳 호수(프라이켄)에 재가 뿌려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모두 세상이 끝나는 날, 죽는 날을 두려워한다. (하지만)삶은 죽음과도 관련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람들은 나를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할 것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말할 것 같진 않다. 나는 단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 감독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매 경기 승리하진 못했지만, 많이 이기고, 때로는 졌던 감독이었다. 슬퍼하지 말라.“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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