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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강철 감독은 왜 문상철이 아닌 김상수를 택했을까.

KT 위즈의 가을 여정이 마무리 됐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잘 싸웠지만, 한 번만 더 이기면 새로운 역사를 또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그 사이 너무 지쳐버렸다. 힘 싸움에서 LG 트윈스를 이겨낼 수 없었다.

KT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대4로 패했다. 선발 엄상백이 경기 시작부터 실점하며 페이스가 흔들렸고, 타선이 상대 선발 임찬규 공략에 실패하며 어렵게 경기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기회는 있었다. 0-3으로 밀리던 7회초. 호투하던 임찬규가 선두 장성우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힘이 떨어지자 실투가 나왔다. LG 벤치는 투수 교체를 고민하다, 한 번 더 임찬규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임찬규가 부담스러웠는지 강백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LG는 필승카드 손주영을 올렸다. 하지만 몸이 덜 풀렸는지, 긴장 탓인지 손주영의 제구가 높게 형성되며 황재균에게 볼넷을 주고 말았다.

무사 만루. LG에는 대위기, KT에는 천금의 찬스였다. 3점 차이밖에 나지 않기에 경기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오재일이 타석에 들어설 순간이었다. 대타가 예상됐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오재일에 대해 “오재일이 LG 불펜 투수들과는 잘 맞지 않는다. 공이 빠르지 않은 임찬규를 상대로 선발 투입하고, 뒤에는 문상철을 대기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한방이 있는 문상철이 나올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감독의 선택은 김상수였다.

손주영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였다. 손주영은 3차전 60개가 넘는 공을 던지고 다시 나왔지만, 구위가 위력적이었다. 150km 가까운 직구가 미트에 꽂히는데, 임찬규의 공이 꽂힐 때와 소리 자체가 달랐다.

두 가지였다. 손주영의 제구가 계속 흔들린다면 눈 야구에서 문상철보다 김상수가 나을 수 있었다. 또 빠른 공이 살아있다면, 크게 치는 문상철보다 컨택트의 김상수가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야심찼던 대타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스트라이크 2개를 지켜본 김상수는 1B2S 상황서 손주영의 높은 148km 직구에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저 높은 직구에 왜 방망이가 나가느냐 하지만, 구위가 좋은 투수를 상대하면 높은 공이 마치 스트라이크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손주영이 긴장감이 덜 풀린 상황에서 장타가 겁났다고 한다면 오히려 문상철을 상대로 흔들렸을 가능성이 있다. 장타력이 없는 김상수를 상대로 제구를 잡는 계기가 됐을지 모른다. 물론, 야구는 모든 선택에 결과론적 해석이 따라붙는다. 어찌됐든 KT에는 이날 경기 가장 아픈 순간이었다. 문상철은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 대타로 나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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