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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V-리그 여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9월 3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진행됐다. 1순위의 영예는 세터 김다은이 차지한 가운데, 7개 팀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새 얼굴들을 지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남자부의 차례가 돌아왔다. 드래프트 일자는 10월 21일, 장소는 여자부와 마찬가지로 메이필드 호텔이다. V-리그 입성의 꿈을 안고 긴 시간을 달려온 선수들은 결실을 맺고 싶다는 간절함을 안고, 팀에 날개를 달아줄 새 얼굴을 원하는 구단은 알짜배기 선수를 뽑겠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드래프트를 기다린다. 영예의 1순위를 차지할 후보는 누구일까. 또 포지션별로 어떤 선수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을까.

구슬 추첨과 얼리 참가 여부에 따라 요동치는 1순위의 향방
김다은-이주아-최유림이 전체 1순위 후보로 압축됐던 여자부와 달리, 남자부는 1순위의 향방이 끝까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드래프트 당일의 구슬 추첨 결과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권을 보유한 팀은 네 팀이다. 대한항공이 세 장(기존 지명권, 손현종 트레이드로 얻은 삼성화재의 1라운드 지명권, 진성태 트레이드로 얻은 OK저축은행의 1라운드 지명권), 현대캐피탈이 두 장(기존 지명권, 박준혁 트레이드로 얻은 우리카드의 1라운드 지명권),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이 각 한 장씩을 들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비슷한 듯 다르다. 당연히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를 뽑으려는 것은 같지만, 수혈이 필요한 포지션이나 드래프트 접근 방향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뎁스가 비교적 탄탄한 대한항공은 당장 보강이 시급한 포지션은 없다. 지명권의 개수도 많고, 트레이드에도 열려 있는 구단이기 때문에 잠재력이 높은 선수를 고루 살필 예정이다. 다만 한선수와 유광우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세터의 우선 선발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김명관의 군 입대로 인해 이현승과 이준협만이 남아 있는 세터 쪽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황승빈을 영입하면서 드래프트에서 더 넓은 시야를 견지하게 됐다. 한국전력의 경우 당장 뎁스가 부족한 포지션은 리베로 정도가 있다. 그러나 1라운드에서 리베로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고, 미래 자원으로 분류 가능한 날개 공격수나 세터를 체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구슬을 보유한 KB손해보험은 미들블로커 뎁스에 아쉬움이 있는 팀이다. 다만 이조차도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에 성공했다. 나머지 세 팀에 비해 세터 뎁스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처럼 각자의 구상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만큼 누가 1순위 지명권을 얻을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팀별 구상은 최종 드래프트 참가자 명단에 따라 더 크게 요동친다. 세터를 노리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단연 고졸 최대어 김관우(천안고)의 얼리 참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는데, 김관우의 참가가 확정되면서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물론 미래 자원 확보를 노리는 한국전력까지도 1순위 지명권을 그에게 행사할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대한항공이나 현대캐피탈의 경우 대학부 최고의 세터인 최원빈(경기대)도 여전히 1순위 후보로 둘만하다. 얼리 참가 여부에 따라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선수는 미들블로커 최준혁(인하대)이었다. 203cm의 신장에 성인 대표팀 경력까지 갖춘 최준혁이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KB손해보험이 1순위 지명권을 그에게 행사할 가능성이 있었고, 미들블로커 뎁스가 비교적 풍부한 대한항공조차도 최준혁이라면 구상을 바꿀 가능성이 있을 정도였는데 최준혁이 참가를 확정지으면서 상위 순번에서의 변수는 더욱 커졌다.

수비형-밸런스형 아웃사이드 히터는 풍부, 거포 자원은 글쎄
포지션 별로 살펴보자면, 먼저 아웃사이드 히터의 경우 공격형보다는 수비형과 밸런스형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얼리 참가를 선언한 3학년 오정택(중부대)이다. 대학 무대에서는 상당히 눈에 띄는 수비와 리시브 능력을 갖춘 선수로, 후위에 안정감을 확실히 더해줄 수 있는 자원이다. 어깨 와순 제거 수술로 인해 긴 재활을 거치면서 잠시 배구를 쉬기도 했던 오정택은 절친한 선배 송민근의 조언을 듣고 끝까지 배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코트 위로 돌아와 실력을 발휘했다. 현재 몸 상태에도 자신감을 표하고 있는 오정택은 다른 수비형 선수들에 비해 신장도 좋은 편이라서(194cm) 전위에서도 나름의 무기를 갖췄다. 다만 부족한 공격력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정우(충남대) 역시 눈여겨봐야 할 수비형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다. 충남대의 전반적인 경기 운영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야말로 팀의 살림꾼인 선수다. 키는 크지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뛰어난 배구 지능을 갖추고 있어 사이드 아웃과 반격 상황을 가리지 않고 적절한 움직임을 취한다. 여기에 성실함과 선함까지 갖춘, 코트 위에 경기 내·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흩뿌릴 수 있는 선수다. “없으면 팀이 돌아가지 않는 선수”라는 이기범 감독의 극찬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리시브에서 약간의 보강만 이뤄진다면, 프로 무대에서도 다양한 롤을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지난해 지건우라는 이름으로 얼리 도전을 했다가 아쉬움을 맛보고 개명까지 하며 의지를 불태운 지은우(경기대)도 좋은 수비형 자원이다. 준수한 수비력을 갖췄고, 앞서 소개한 두 선수에 비해 공격력에서도 나름 강점이 있는 편이다. 한번 터지면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서브까지 갖췄다. 다만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경기력 기복을 조금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 숙제다.


공수 밸런스가 좋은 유형의 아웃사이드 히터 중에서는 단연 인하대의 2024 시즌 상승세를 이끈 서현일-이재현 얼리 드래프티 듀오가 돋보인다. 서현일이 수비, 이재현이 공격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선수긴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다. 서현일은 안정적인 리시브와 빠른 반응속도를 앞세운 수비 능력이 좋고, 공격에서도 파이프를 중심으로 팀에 다양한 옵션을 추가해줄 수 있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사이드 블로킹 능력도 갖췄다. 키는 크지 않지만 어딜 가든 즉시전력으로 활약할 수 있다. 이재현은 뛰어난 점프력과 스피드를 갖추고 있어, 크지 않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파이프 구사 능력과 과감한 하이 볼 처리능력을 보유했다. 플로터 서브와 스파이크 서브를 상황에 맞게 구사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서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키는 크지 않지만, 여름방학 단양과 고성에서 치러진 연맹전의 결승전에서 연달아 맹활약을 펼쳤을 정도로 ‘빅게임 헌터’ 기질까지 갖춘 자원이다. 

인하대 듀오 외에 가능성이 엿보이는 밸런스형 자원으로는 임민호(성균관대)와 장아성(충남대)이 있다. 임민호는 밸런스형 자원들 중 신장이 가장 큰 선수(192cm)로, 빠른 몸놀림을 활용해 중앙으로 파고드는 시간차 공격을 주력 패턴으로 활용한다. 리시브에는 아직 기복이 좀 있지만, 빠르게 리듬을 살릴 줄 아는 회복력을 갖춘 점은 긍정적이다. 밝고 기운 넘치는 성격도 장점이다. 장아성은 기본적으로 공을 때리는 요령이 잘 갖춰진 선수라, 크지 않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팀의 주포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력을 선보인다. 리시브와 수비에서는 원래도 준수했지만, 특히 4학년이 되면서 더욱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수비 상황에서 볼의 줄기를 파악하고 적절한 동선을 찾을 줄 아는 능력을 갖췄는데, 이를 기반으로 리베로를 소화할 수도 있을 거라는 프로 관계자의 기대까지 받고 있다. 다만 4학년 때 어깨 부상으로 고생한 만큼, 앞으로 몸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수비형과 밸런스형 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형 거포 자원은 숫자가 많지 않다. 그 중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나웅진(중부대)이다. 리시브에서는 아직 안정감이 떨어지는 자원이다. 특히 언더핸드 플레이에 약점이 있다. 그러나 터지는 날에는 막을 수 없는 화력을 뿜어내는 데다, 날카로운 서브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197cm의 다부진 피지컬도 갖췄다. 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발전 가능성이 큰 자원이다. 선홍웅(홍익대)은 아웃사이드 히터 참가자들 중 유일하게 2m가 넘는 자원이다. 고교 시절부터 이미 프로 팀의 관심을 끌었을 정도로 공격력에 강점이 있다. 까다로운 스핀 서브도 갖고 있다. 다만 대학 무대에서 잦은 부상으로 인해 기량과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 부분이 아쉽다. 특히 공을 잡아 끄는 버릇이 종종 드러나는 부분이 아쉽다. 프로팀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피지컬 보강을 받는다면 과거의 기대치를 다시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석(조선대)은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를 거쳐 4학년에 아웃사이드 히터로 자리 잡은 초보 아웃사이드 히터다. 그러나 첫해치고는 나름 무난한 리시브를 선보였고, 키(190cm)에 비해 비율이 좋은 피지컬을 갖춰 공격력이 준수한 자원이다.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과 공격력을 모두 챙겨보고 싶은 팀이라면 한 번쯤 살펴볼만한 선수다. 고졸 선수들 중에서는 윤하준(수성고)이  공격형 자원으로 분류된다. 준수한 피지컬과 온몸의 힘을 최대로 끌어내는 역동적인 공격 폼을 갖췄고, 연령별 청소년 대표팀을 고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도 쌓았다. 리시브 역시 해가 갈수록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선수다.


이 외에도 오정택과 출전시간을 나눠가지며 활약한 양한별(중부대), 레전드 방신봉의 아들이자 지난해 얼리 참가를 선택했다가 고배를 마신 재도전자 방준호(한양대) 등도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다.

풀이 부족한 아포짓
자원의 숫자 자체는 부족하지 않은 아웃사이드 히터와 달리, 아포짓은 절대적인 참가자 숫자 자체가 부족하다. V-리그 유경험자이자 대학 최고의 아포짓인 에디(성균관대)가 드래프트 참가 대상이 아닌 점도 크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대학 지원자 중 두 명의 아포짓이 눈에 띄고, 이 두 선수의 강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 명은 얼리 드래프티인 3학년 김요한(중부대)이다. 왼손잡이 아포짓인 김요한은 에디와 함께 U-리그를 호령하는 대학부 최상급 서버다. 엄청난 구속과 스핀으로 상대 리시버들을 괴롭힌다. 서브 하나만큼은 당장 프로에서도 통한다는 평가다. 188cm의 신장은 분명 전위에서 아쉽다. 하지만 워낙 탄력이 좋아 공격 상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리시브가 어느 정도 가능한 자원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파이팅 넘치는 성격으로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도 수행한다. 김동영, 신호진 등이 비교 대상으로 꼽힌다. 

다른 한 명은 지난해에 얼리 드래프티로 나섰던 재도전자 박예찬(경희대)이다. 김요한과는 달리 2m의 다부진 피지컬을 갖췄고, 이로 인해 전위에서의 위력이 빼어나다. 스파이크 서브 역시 묵직하고, 클러치 상황에서 가끔 보여주는 드롭 서브도 까다롭다. 다만 스윙이 좀 작고 공격 시 상체 의존도가 큰 편이라서 약간의 자세 교정이 필요한 선수기도 하다. 만약 두 선수에게 만족하지 못하거나, 오른손잡이 아포짓을 찾는 팀이 있다면 윤경(남성고)의 얼리 참가를 기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윤경이 드래프트에 불참하게 되면서, 김요한과 박예찬에 대한 관심은 조금이나마 더 커질 전망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실린 기사를 시기에 맞춰 각색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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