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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배우 하정우를 넘어서야죠!“

'2005년생 수원FC 스트라이커' 하정우는 거침없이 씩씩하고 당당했다. 어떤 스타일의 공격수냐는 질문에 “육각형 스트라이커“라고 즉답하더니, 좋아하는 공격수를 묻는 질문엔 “맨시티 엘링 홀란“을 외쳤다. '18세9개월17일'에 나선 데뷔전에서 패기만만 데뷔골을 넣은 'MZ 공격수'다웠다.

과천 문원중, 서울 도봉중 출신의 될 성 부른 공격수는 지난해 대동세무고 재학중 수원FC의 러브콜을 받았다. '레전드 스트라이커' 양동현 수원FC 코치가 지난해 경남 양산 대회 현장에 내려가 '매의 눈'으로 확인한 후 최순호 단장에게 강력 추천해 프로로 뽑아올린 재원이다. 새시즌 김은중 감독까지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레전드 원톱' 선배 지도자들이 즐비한 수원FC에서 하정우는 B팀 경기를 통해 몸을 만들며 절치부심 기회를 기다렸다. '수원FC의 미래'로 손꼽히는 하정우의 데뷔전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았다. 1m92-87㎏의 우월한 피지컬에 천부적인 골 감각까지 지닌 하정우는 18세 이하, 19세 이하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대동세무고의 전국고등축구대회 2연속 결승행을 이끈 동급 최강 '9번'이다. 지난해 춘계대회에선 7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스트라이커 포지션 부재를 고민하던 김은중 감독이 지난 25일 제주와의 홈경기 후반 28분 마침내 하정우를 호출했다. 수적 우위 속에 승기를 잡은 후, 영건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회를 부여했다. 스스로도 기대하지 못했다는 데뷔전이었다. “후반 15분 (지)동원이형이 골을 넣은 후 벤치에서 75분쯤 들어갈 거라고 준비하라고 해서 그때 알았어요. 심호흡을 계속하고 엄청 긴장했죠“라고 돌아봤다. “19세 이하 대표팀도 가보고 경기도 많이 뛰어본 줄 알았는데 K리그1 데뷔전은 확실히 달랐어요“라고 했다.

후반 41분 찾아온 첫 번째 골 찬스는 아깝게 놓쳤다. “(한)교원이형이 잘 떨궈주신 볼을 헤딩으로 할까 발로 할까 하다 헤딩으로 해서 놓쳤어요. 평소 같았음 절대 안놓칠 상황이었는데….“ 불과 1분 만인 후반 42분 두 번째 찬스가 찾아왔다. 두 번째는 놓치지 않았다. 윤빛가람의 슈팅이 흘러나온 세컨드볼에 전광석화처럼 쇄도해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FC의 4번째 골로 기록됐다. “(윤빛)가림이형이 슈팅을 때릴 때부터 뭔가 올 것같았어요. 세컨드볼을 준비하고 있었죠. 골 넣고 나서 가람이형한테 혼났어요. '그 전에 골도 넣었어야지!' 하시던데요. 저도 아까워요. 어쨌든 제 데뷔골 지분의 80%는 가람이형한테 있다고 생각해요.“

골 직후 홈 팬들을 향해 의젓한 인사 세리머니를 하고 직관 온 부모님을 향해 손까지 흔들 만큼 여유가 넘쳤다. 정신 없이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까먹는 게 일상다반사인 어린 선수들과 달랐다. “데뷔전부터 골 세리머니까지 수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왔으니까요. 데뷔골 세리머니도 팬들에게 공약했었어요“라며 웃었다.

영화배우 '하정우'와 같은 이름을 언급하자 “항상 이름 이야기를 들어요. 이름이 인상 깊다고…“라더니 “제가 이제 넘어서야죠“라며 싱긋 웃었다.

팀이 시즌 최다골 차, 5대0으로 대승한 경기, 홈팬들 앞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넣은 데 대해 그는 의기양양 말했다. “저한테 '승리요정'이라는 별명이 있거든요. 올해 김천, 울산 원정 두 번을 따라갔는데요, 다 이겼어요. 2승했어요. 오늘 첫 출전한 경기도 이겼잖아요. 3경기 엔트리 들어서 3승째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어떤 스타일의 공격수인지 설명해달라는 말엔 그는 “육각형 스트라이커“라고 즉답하더니 “근데 좀더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는…“이라고 덧붙였다. “뛰는 양이나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싸워주는 부분에서 더 발전해야 해요. 감독님, 코치님들도 늘 그런 부분을 요구하세요“라고 말했다.

남은 시즌 목표도 또렷했다. 하정우는 “몇 분이 됐든 기회를 더 받는 게 목표이고, 훈련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예요. 축구엔 나이가 없으니까 팀에서 더 열심히 노력해서 계속 더 많은 경기를 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팀에 엄청 친한 형은 없지만 같은 포지션이고 존경하는 (지)동원이형하고도 소통을 많이 하고 싶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따라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라며 마음을 전했다. '데뷔전 데뷔골' 매치볼에 쓱쓱 사인을 하는 내내 만면에 미소가 넘쳤다.

18세 영건의 '데뷔전 데뷔골'은 수원FC에도 희망이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하)정우는 19세 대표팀 자원으로서 계속 성장할 선수다. '제2의 이영준'이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양 코치는 “내 스무살 때보다 훨씬 잘한다“고 칭찬했다. “사실 제주전은 데뷔전 데뷔골을 넣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선수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중요하고 기회를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미소 지었다. “아직 완성형 선수는 아니고 당연히 부족한 점도 있지만 지적해주는 부분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게 고무적이다. 대한민국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어나갈 차세대 공격수로 김은중 감독님과 함께 잘 지원할 것“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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