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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코트 안에서 (이)준이 형 버릇도 모처럼 봤네요.“

지난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의 개막전. 1세트를 내준 대한항공은 2세트 세터 한선수와 아웃사이트 히터 곽승석을 빼고 유광우와 정한용을 투입하면서 반전을 노렸다.

결과는 대성공. 대한항공은 2세트부터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결국 2~4세트를 잡으면서 승점 3점을 품는데 성공했다.

정지석이 부상 여파로 리베로로 출전했던 상황.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석석 듀오'가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이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비와 공격 모두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이준(25)과 정한용(23)의 이 자리를 채웠다. 이준은 25득점으로 개인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2세트 초반에 투입된 정한용은 15득점으로 활약했다.

이준과 정한용은 홍익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사이. 2020년과 2021년 대학리그 전승 우승을 이끌었던 주역이었다. 얼리로 드래프트에 참가했고, 2021~2022 드래프트에서 정한용이 1라운드 3순위, 이준이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대한항공이 삼성화재와의 트레이드로 1라운드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던 게 행운이었다.

대한항공의 두터운 선수층에 이들이 함께 코트를 누비기는 쉽지 않았다. 개막전부터 나란히 활약하면서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앉게 되자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 웃었다.

1세트 공격성공률이 28.57%에 머물렀던 이준은 2세트부터 안정감을 찾으면서 최고의 날을 만들었다. 이준은 “초반에 준비했던 것이 안 풀려서 힘들게 갔다“라며 “그래도 승점 3점을 딴 것에 의미를 두고 계속 승점 3점을 따고 싶다“고 했다.

정한용은 “개막전에 승점 3점도 따서 분위기를 좋게 시작한 거 같다“라며 “비시즌 준비하면서 자신감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준비잘해야할 거 같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이후 모처럼 나란히 승리를 이끌었던 순간. 정한용은 “옛날 생각도 나고, (이)준이형의 버릇도 보였다. 그래서 공격에 집중해달라고 했는데 재미있게 한 거 같다.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분위기도 좋았다“고 했다.

정한용이 '옛날 버릇'이라는 말이 나오자 미소를 지은 이준은 “코트 안에서 서로 대화도 많이하고 편하게 하려고 했다. 미래에는 우리가 대한항공을 이끄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아니었다면 주전 자리를 꿰찼을 수도 있는 실력. 형들의 활약이 야속하기도 하고, 팀 상황이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지만, 이들은 모두 '자극제'로 받아들였다. 이준은 “작년 시즌이 아쉬웠다. 기회가 왔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경기가 있었는데 자신감이 없어 부진했다. 이번 시즌에는 더욱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라며 “선수라면 경기에 뛰는 게 좋지만, 만약 일찍 주전이 됐다면 안도감에 차있었을 거 같다. 기회를 왔을 때 보여주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치고 나오니 더 독하게 하고 성장하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한용 역시 “경쟁하고 내 실력을 키우려고 하다보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못 뛴다고 해서 안 좋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통합우승으로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다. 이들의 목표도 '우승' 하나다. 이준은 “코트 안에서 통합우승을 경험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한용 역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동기부여가 생긴다“고 강한 우승 열망을 내비쳤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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