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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노릇 한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WKBL이 온순하기만 한 리그는 아니다. 호랑이가 없을 뿐 왕좌를 노리는 맹수는 여전히 득실거린다.

박지수와 박지현이 해외리그에 진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팀들은 있지만, 절대적인 강자로 꼽히는 팀이 없어서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시즌이다. 판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천차만별이다.

누가 왕좌에 오를 것인지도 관심사다. 박지수는 지난 시즌 역대 5호 만장일치 MVP를 차지하는 등 최근 네 시즌 동안 세 차례나 MVP에 올랐던 절대 강자였다. 올 시즌은 자리를 비웠다. 건강 이슈가 있었던 2022~2023시즌을 제외하면 매 시즌 압도적인 골밑장악력을 보여줬던 박지수가 없는 만큼, 올 시즌은 그 자리를 노리는 또 다른 스타들의 경쟁이 순위 싸움만큼이나 치열하게 펼쳐질 수 있다.

김단비(우리은행)는 단연 첫손에 꼽을 수 있는 스타다. 커리어에 비해 상 복이 없었던 김단비는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2022~2023시즌에 데뷔 첫 MVP로 선정되며 한을 풀었다. 비록 지난 시즌은 돌아온 박지수에게 MVP를 넘겨줬지만, 득점(18.4점)과 리바운드(9개)는 소폭 상승하는 등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우리은행 왕조의 주역이 대거 이탈, 김단비는 올 시즌에 보다 많은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위성우 감독 역시 박신자컵에서 “(김)단비가 지난 두 시즌보다 더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동안 인터뷰에서 ‘동료들은 잘하고 있으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동료들도 살려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혜진(BNK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혜진은 통산 다섯 차례 정규리그 MVP로 선정돼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바스켓퀸’ 정선민의 7회 수상.

박혜진은 지난 시즌 부상 여파로 17경기 평균 9.1점에 그쳤다. 3점슛 성공률도 29.3%에 머물렀다. 모두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기 직전인 2011~2012시즌(8점 3점슛 성공률 23%)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박혜진은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에도 챔피언결정전에서 결정적인 3점슛과 리바운드로 우리은행의 우승에 기여, 건재를 과시했다.

올 시즌은 지난 시즌 이상으로 동기부여가 되는 환경이다. 우리은행이 배출한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혜진은 BNK로 이적했다. 이적하자마자 주장까지 맡았다. BNK도, 박혜진도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해야 하는 시즌이다. BNK썸이 정규리그에서 2022~2023시즌(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그 중심에는 분명 박혜진이 있을 것이다.

핵심 멤버들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용인 삼성생명 역시 플레이오프 이상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평가 받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핵심 전력은 배혜윤이다. 배혜윤이 데뷔 첫 베스트5의 감격을 누린 것도 박지수가 9경기만 소화한 2022~2023시즌이었다.

배혜윤은 지난 시즌에 삼성생명 이적 후 가장 낮은 득점(12점)을 남겼지만, 출전시간은 이전 시즌보다 평균 3분 가량 늘어났다. 득점이 다소 줄었을 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슛은 상승하는 등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했다. 공헌도는 팀 내 1위였다.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MVP를 배출한 시즌은 2004 겨울리그(변연하가)가 마지막이었다. 단일리그가 도입된 2007~2008시즌 이후에는 없었다. 삼성생명이 올 시즌은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까. 열쇠는 배혜윤이 쥐고 있다.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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