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15 14:50:00]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예기치 못한 우천순연. 하루 미뤄 치러지는 2차전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과 LG 모두 우천순연으로 인한 득실계산과 향후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차전에서 패한 '추격자' LG의 표정이 살짝 더 밝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면서 지친 선수단이 꿀맛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차전 선발을 가장 좋은 카드인 손주영으로 바꿀 수 있게 된 점은 가장 큰 호재. 5차전이 성사될 경우 최원태 대신 손주영을 내보낼 수 있다.
LG 염경엽 감독은 순연이 결정된 뒤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천취소가 됐다. 마침 비가 와줘서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반가워 했다. 전날 1차전을 패한 염 감독은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일단 선발 투수가 바뀌었고, 충분한 휴식 취하고 나가는 엔스도 회복력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에르난데스 빼고 불펜에서 무리한 투수는 없는데, 에르난데스 역시 내일은 2이닝을 쓰는데 무리가 없다. 조금 더 확률 높은 옵션을 가질 수 있게된 점이 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삼성에 마냥 악재만은 아니다.
1차전 선발 레예스의 체력 안배가 가능해졌다.
13일 1차전 때 101구를 던진 레예스는 사흘 쉬고 4차전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2차전 순연으로 하루 더 쉬고 18일 4차전에 등판할 수 있게 됐다. 4일 휴식 후 등판은 미국에서도 익숙하게 해온 등판 간격이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1차전에 어지럼증을 호소했던 주포 구자욱과 왼쪽 목 담증세로 한의원 치료를 받은 만능내야수 류지혁도 하루 휴식 속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비가 오면 안하는 게 좋다. 부상 염려도 있고, 정상적인 경기력이 안 나온다. 여러가지 상황들이 안 좋을 수 있다“며 순리를 강조했다. 이어 “비가 오는 가운데 게임에 들어갔을 때 선발 투수를 쓰고 내일 경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제일 안 좋은 상황“이라며 경기 중 취소를 가장 경계했다. 결국 경기 전 취소가 결정되면서 원태인을 세이브할 수 있게 됐다.
LG쪽에 호재가 조금 더 커보이지만 속단은 이르다.
가장 중요한 승부의 분수령은 2차전. 팀 내 가장 강한 선발인 원태인이 나서는 이날 경기를 잡으면 시리즈를 장악할 수 있다.
성공한 시즌인 올시즌 삼성야구의 장점을 2차전에 쏟아부어야 한다.
지난해 8위에 그쳤던 삼성은 올시즌 2위로 퀀텀점프를 했다. 시즌 전 어떤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성과.
비결은 야수진 세대교체 속 신구조화가 이뤄지면서 장타력과 수비력이 동반 상승한 덕분이었다.
삼성은 올시즌 자랑스러운 두가지 팀 1위 기록이 있다. 185개의 팀홈런으로 1위를 기록했다. 구자욱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았고, 김영웅 이재현 윤정빈 등 신세대 거포들이 성장했다. 미완의 대기였던 이성규도 홈런타자 반열에 올랐다. 박병호 강민호 등 베테랑도 건재했다.
삼성 약진의 숨은 비결은 탄탄한 수비력에 있다. 팀 최소 실책 1위(81실책)다. 최다 실책 KIA(146실책)와 65개 차이다. 수비율도 0.984로 1위다.
지난해 가을부터 '국민유격수' 박진만 감독의 지휘 하에 수비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재현 김영웅으로 이어지는 3-유 라인이 물샐 틈 없이 강해졌다. 베테랑 2루수 류지혁이 안정감 있게 내야 중심을 잡았다. 수비가 좋은 디아즈와 박병호가 1루를 책임졌다. 김지찬의 외야전향은 신의한수였다. 김지찬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타구 포착 지점을 본능적으로 빠른 발을 활용해 따라가며 안정감 있는 중견수로 변신했다. 베테랑 코너외야수 구자욱 김헌곤의 수비력은 설명이 필요없다.
1차전부터 삼성의 물샐 틈 없는 그물수비가 빛났다. 동기생 이재현과 김영웅은 마치 경쟁하듯 몸을 날리는 수비로 덕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윤정빈 등 외야수들도 몸을 던져 안타성 타구를 걷어냈다.
LG 타자들, 특히 주포 오스틴에게 좌절감을 준 호수비였다.
투수들에게는 큰 힘이 된 호수비. 반면, 추격하던 LG벤치에는 답답함과 좌절감을 안긴 그물망 수비였다.
만년 하위팀이 반등할 수 있는 조건은 지키는 야구의 완성이다. 투수력과 함께 반드시 수비력이 향상돼야 가능해진다. 올시즌 삼성은 구슬땀을 흘려가며 상위권 도약의 열쇠였던 수비력 향상을 기어이 이뤄냈다.
가을야구가 좌절된 타 팀들이 내년 시즌 반등을 위해 참고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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