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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당연히 호랑이가 이기죠“, “에버랜드 안 가보셨나 보네(웃음)“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동화적 질문. 오랜 화두로 이어져 왔지만, 서식지가 달라 실제 맞대결은 불가능하다. 결국 누구도 해답을 알지 못한다.

20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3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육상 최강 두 맹수의 맞대결을 두고 이 해묵은 주제가 다시 거론됐다.

재치있는 팬들의 비교 질문에 양 팀 사령탑이 답변에 나섰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과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추호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두 감독은 당연하다는 듯 각자 “호랑이“, “사자“를 외쳤다.

이범호 감독이 “호랑이가 당연히 이긴다. 요즘 동물원에 가도 호랑이가 맨날 이기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 감독은 “에버랜드 안 가보셨네. 항상 사자가 사파리 맨 위에 올라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우승팀(11회)인 KIA와 KBO리그 통산 우승 2위(8회)팀인 삼성.

프로야구 42년 세월을 지켜온 전통의 명가다.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구단의 자존심 싸움도 대단했다. 다시 한 번 우승 타이틀을 놓고 겨루는 올해, 프로야구 천만시대 대흥행 열기와 맞물려 초유의 관심이 쏠린다.

정규시즌 전적은 12승4패로 KIA의 압도적 우위. 하지만 7전4선승제 단기전인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전적은 무의미하다.

이범호 감독은 “플레이오프 기간 지켜보니 삼성이 수비를 굉장히 강하더라. (삼성이) 올 시즌 최소 실책팀이다 보니 대량 득점 상황이 나오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강한 공격력을 갖고 있더라도 상대 실책이 더해져야 점수 내기가 쉬워지는데, 그러진 않을 듯 하다“며 “점수를 반드시 내야 할 때는 1점을 얻는 작전을 할 것“이라고 강한 수비력의 팀을 무너뜨릴 공략 포인트를 밝혔다.

박 감독은 “시즌 내내 KIA와 경기를 해보니 전력이 너무 탄탄해 경기를 풀어가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시즌 전적과 기록은 단기전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 코치진 회의를 통해 KIA의 약점을 찾고자 한다. 공략법이 뭔지는 경기를 통해 봐주셨으면 한다“고 눈을 빛냈다.

'창과 창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는 한국시리즈이기도 하다.

KIA는 올 시즌 팀 타율(3할1리) 및 OPS(출루율+장타율·0.828) 부문 1위, 삼성은 팀 홈런(185개) 1위다.

정교함과 득점 생산 능력 등은 KIA가 앞서고, 화끈한 한방은 삼성이 앞선다. 홈런은 삼성이 많지만 장타율은 KIA가 우위다.

이범호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보니 1점을 내는 것이나, 1점차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 수 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역시 어떤 팀의 공격력이 더 좋을지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만 감독도 “플레이오프에서 0대1로 지기도, 1대0으로 이기기도 했는데 너무 숨막혔다. 활기차게 경기를 풀어야 하는데 막혀서 답답한 게 있었다“며 “좋은 타격이 활기찬 상황을 만들 것이다. 홈런 1위 팀 답게 KIA를 이겨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령탑으로 처음 한국시리즈를 밟은 두 감독.

선수 시절엔 한국시리즈에서 외나무 다리 대결을 펼친 바 있다.

2006 한국시리즈에서 이 감독은 한화, 박 감독은 삼성 소속으로 나섰다. 당시 6차전 승부 끝에 삼성이 웃었고, 박 감독은 시리즈 MVP에 선정된 바 있다.

이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나는 한국시리즈 첫 출전이었고, 박 감독님은 왕조 시절 너무 많이 우승하던 분이었다. 그땐 한국시리즈 출전 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며 “이번엔 내가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왔지만, 후배 사령탑으로 박 감독님께 도전하는 마인드로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 감독은 “그땐 거꾸로 내가 삼성 소속으로 먼저 한국시리즈에 올라왔고, 이 감독이 한화에서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그때 그 기운을 그대로 살려 멋진 한국시리즈를 해보고 싶다“며 또 한 번의 승리를 다짐했다.

과연 이번 만큼은 호랑이와 사자 중 '백수의 왕'이 가려질까. 모두의 눈이 쏠리고 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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