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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물론이다. 팀이 이긴다면….“

케이시 켈리를 눈물로 떠나보내고 데려온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두산과의 첫 등판에서 강력한 구위의 직구와 제구 좋은 변화구로 5이닝 2안타(1홈런) 7탈삼진 1실점의 쾌투를 할 때만 해도 KBO리그를 '씹어 먹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갈수록 불안한 면도 보였다. 타순이 한바퀴 돌면 맞기 시작하고 장타가 많다는 점이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불안한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준플레이오프에선 선발 투수 2명을 불펜으로 보내기로 했는데 에르난데스가 핵심 인물이었다. 구위가 좋아 뒤에서 막아줄 때 더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에르난데스는 준PO 5경기에 모두 등판하는 경이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첫 승을 거둔 2차전엔 홀드를 올렸고, 3차전과 5차전에선 세이브를 기록했다. 특히 3차전은 원래 쉬기로 돼 있었는데 팔 상태가 좋아 준비를 했고 마무리 유영찬이 9회말 투런포를 맞고 6-5, 1점차로 쫓기자 마운드에 올라와 공 4개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세이브를 챙겼다. 4차전에선 5-5 동점이던 8회말에 등판해 9회말까지 2이닝을 막은 뒤 10회초에 점수를 뽑으면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자청했다. 염 감독은 이러한 에르난데스의 팀을 위한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5차전에는 4-1로 앞선 9회초 또 등판해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며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염 감독은 물론 준PO MVP에 오른 임찬규도 에르난데스를 향해 “내 마음속의 MVP“라며 그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5경기에 모두 등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에르난데스의 경우 선발을 했었기 때문에 갑자기 불펜에서 매일 나와 던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아 투구수가 많지 않아 보여도 크게 무리가 된다.

에르난데스도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 “사실 내가 이렇게 등판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서 굉장히 만족스럽고, 더군다나 팀이 이겼기 때문에 기분은 최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그리고 이런 상황을 겪다보면 팀을 도와주기 위해서 일정부분 희생해야 하는 게 있는데 동료들을 돕고싶어서 희생을 자처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중간을 맡을 계획이었지만 유영찬이 부친상 여파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다보니 에르난데스가 마무리가 돼버렸다. 에르난데스는 “큰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를 해야된다고 생각했다“며 “마무리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데 좋은 점은 이것도 나에게 기회다. 잘하면 경기를 끝냈다는 기회로 생각하지만 안좋은 점은 정신적으로 '내가 실수하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다. 그래도 내가 나가서 내 일을 해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라고 했다.

마무리가 돼서 세이브를 챙기고 동료들과 어깨동무로 원을 그리고 발을 교차해서 올렸다 내리는 LG만의 특유의 승리 세리머니도 했다. 에르난데스는 “말로 하긴 좀 그렇지만 경기를 끝냈고 마무리 지었다는 희열과 괘감을 공유하는 것 같다“라며 세리머니가 주는 쾌감을 설명.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선 완전히 마무리로 보직을 확정했다. 마무리이기 때문에 큰 점수차로 이기거나 질 땐 등판하지 않는다.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의 피로도가 쌓였기 때문에 마무리로 던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일주일간 5경기서 7⅓이닝 동안 117개의 공을 뿌렸던 에르난데스에게 하루 휴식후 13일 열리는 삼성과의 PO 1차전서 세이브 상황이 되면 등판하냐고 묻자 “당연하다. 팀이 이겨야 한다“라고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5경기 다 나갈 수 있겠냐고 묻자 에르난데스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물론이다“라며 웃었다. 옆에서 듣던 준PO MVP 임찬규가 “에르난데스 어깨를 지켜 주시죠“라며 에르난데스 보호에 나섰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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