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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 선수 의견이 이길 때가 좀 있다.“

1군 복귀전 첫 타석에서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린 KIA 타이거즈 최고참 최형우(41)는 이렇게 말했다.

27일 광주 SSG전에서 1군 복귀한 최형우.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당초 그를 이날 엔트리에 복귀시키지 않으려 했다. 아직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달 초 옆구리 근육 미세 손상으로 2주를 쉰 최형우는 재검진 결과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1군 등록 없이 선수단과 원정 동행하면서 몸 만들기 및 멘토를 자처했다. 23~25일 함평 퓨처스(2군)팀에 합류해 3차례 실전을 소화한 뒤 1군 콜업 OK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감독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했다. 적은 나이가 아닌 최형우를 이른 시기에 복귀시켰다가 더 큰 탈이 날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최형우는 이런 이 감독의 시선에 “전혀 문제 없다“며 복귀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복귀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아치를 그리면서 문제 없다던 최형우의 호언장담이 결국 증명됐고, 이 감독의 우려는 기우에 그친 셈이 됐다.

최형우는 “감독님 입장에선 데리고 있는 선수다 보니 안전한 걸 원하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감독님 의견에)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결국 감독님 보다 선수들 의견이 우세할 때가 더러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최형우가 홈런 치는 모습을 보니) 괜히 고민 했었나 싶더라“고 웃은 뒤 “고참급 선수들은 부상 후 1주일 정도는 조심하며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냥 만들어진 고집은 아니다.

현역과 지도자를 거치며 숱한 국내외 지도자와 함께 호흡했던 이 감독은 “선수와 부딪치거나, 강성으로 끌고 가거나, 과감하게 내치는 감독님들의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데 장점은 없더라. 소통하고 인정하고, 납득이 안되면 다시 대화해 답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급하다. 하루 빨리 (팀 중심 타자를) 4번 자리에 놓고 싶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 늦추는 게 낫다고 봤다. 그냥 '올라와', '내려가' 하면 그 안에서 미묘한 감정이 생기고 나중엔 큰 골이 된다“며 “주변에선 '좀 더 강하게 끌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그러면 안 좋은 면이 많을 것 같다. 팀에 도움되는 방향이 우선이지, 권위를 앞세워봤자 좋을 게 없다“고 강조했다.

'군사부일체'로 대표되는 수직적 관계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해 최선의 답을 찾는 게 옳은 길이라는 점은 여러 성공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페넌트레이스를 넘어 V12를 향해 달려가는 KIA.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가 진정한 소통이자 힘이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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