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17 00:09:56]
[점프볼=이규빈 기자] 샌안토니오는 정말 축복받은 프랜차이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암흑기가 없던 전통의 명문 팀 중 명문 팀이다. 1967년 창단했고, 1976년부터 NBA에 참여했다. 그 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던 팀이다. 팀이 부진할 때마다 드래프트에서 대박 선수를 지명하며, 곧바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1987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데이비드 로빈슨을 지명했고, 1997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팀 던컨을 지명했다. 두 선수는 모두 샌안토니오의 영구결번으로 NBA를 대표하는 레전드다.
던컨 시대 이후에도 카와이 레너드라는 슈퍼스타가 등장했고, 라마커스 알드리지라는 대형 FA 영입에 성공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샌안토니오도 암흑기가 찾아왔다. 트레이드를 요청한 레너드를 보내고, 더마 드로잔을 영입했으나, 드로잔은 레너드 수준의 슈퍼스타가 아니었다. 여기에 알드리지의 노쇠화까지 겹치며, 샌안토니오는 중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결국 샌안토니오는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며, 리빌딩을 선언했다. 데릭 화이트, 디존테 머레이 등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드로잔도 FA로 시카고 불스로 이적했다.
켈든 존슨, 데빈 바셀 등 지켜볼 만한 유망주가 있었으나, 두 선수들은 올스타급으로 성장하기는 무리가 있는 선수들이다. NBA 리빌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슈퍼스타를 확보하는 것이다. 슈퍼스타를 확보한 후 그 선수를 위주로 팀을 구성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 NBA식 리빌딩이다.
즉, 성공적인 리빌딩을 위해서는 드래프트 추첨 운이 중요하다. 로빈슨과 던컨을 지명했던 샌안토니오에 또 행운이 찾아왔다.
바로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것이다. 2023 NBA 드래프트는 빅터 웸반야마라는 초특급 유망주가 참여하는 드래프트였다. 웸반야마는 르브론 제임스 이후 최고 재능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의 기대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던컨, 로빈슨과 같은 빅맨 자원이라는 것도 재밌는 요소다.
샌안토니오 구단주와 단장 및 구단 수뇌부는 샌안토니오의 전체 1순위 지명권이 확정되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제 샌안토니오는 웸반야마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23-2024시즌 리뷰
성적: 22승 60패 서부 컨퍼런스 14위
암담하던 2023-2024시즌 샌안토니오의 전망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던 샌안토니오에 '웸반야마 키우기'라는 확실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 역시 "우리는 급하게 웸반야마를 육성할 생각이 없다. 천천히 시간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웸반야마는 초특급 유망주지만, 곧바로 NBA를 장악할 수 있을 정도의 즉시 전력감은 아니라는 평가였다. 일단 명확한 포지션과 성장 방향성부터 정해지지 않았다. 파워포워드와 센터 포지션 중 어떤 포지션의 선수인지와 빅맨 유형, 포워드 유형 등 웸반야마를 향한 의견이 분분했다.
또 샌안토니오의 전력도 냉정히 형편이 없었다. 웸반야마를 지명하기 전까지 샌안토니오는 가장 유력한 최하위 후보였다. FA와 트레이드 시장에서 전력 보강 움직임이 없었고, 기존 전력도 냉정히 형편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마땅한 포인트가드가 없어서 포워드였던 제레미 소핸을 포인트가드로 활용할 정도였다.
시즌 초반에는 예상대로였다. 샌안토니오의 소핸 포인트가드 전술은 명백한 실패였다. 소핸은 포워드치고 괜찮은 기술을 갖췄으나, NBA 레벨에서 포인트가드 포지션은 무리였다.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자, 가뜩이나 믿을만한 득점원이 없는 샌안토니오의 공격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초특급 신인 웸반야마도 시즌 초반에는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NBA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웸반야마의 수비는 즉시 전력감이었다.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활용한 수비는 곧바로 NBA 무대에서 위력을 드러냈다.
샌안토니오는 전반기 내내 5할 승률을 밑돌았고, 무난한 최하위권이 예상됐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웸반야마가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수비는 이미 NBA 수준급이던 웸반야마가 후반기부터 공격에서도 맹활약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반기에는 상대 팀의 덩치가 큰 빅맨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던 웸반야마느 후반기에 완전히 달라졌다. 공격에서도 신체 조건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전반기에 번번이 실패했던 3점슛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러자 웸반야마는 공격에서도 막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급성장한 웸반야마를 중심으로 샌안토니오는 상위권 팀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4월 13일(한국시간) 덴버 너겟츠와의 경기가 대표적이었다. 샌안토니오는 웸반야마의 34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활약으로 121-120, 극적으로 덴버를 잡아내며 승리를 챙겼다. 이 패배로 덴버는 서부 컨퍼런스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시작은 암담했으나, 끝에서 희망을 본 시즌이었다. 샌안토니오 팬들은 웸반야마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 것이다.
오프시즌 IN/OUT
IN: 크리스 폴(1년 1200만 달러), 해리슨 반즈(트레이드), 찰스 배시(1년 220만 달러), 산드루 마무켈라쉬빌리(1년 220만 달러), 스테판 캐슬(드래프트),
해리슨 잉그램(드래프트)
OUT: 도미닉 발로우(FA), 디본테 그래험(FA)
샌안토니오가 모처럼 대형 FA 영입에 성공했다. 바로 백전노장 포인트가드, 폴을 영입한 것이다. 폴은 NBA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폴은 2005 NBA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NBA 무대에 입성한 이후 매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다. 하지만 그런 폴도 어느덧 40대를 바라보는 노장이 됐고, 은퇴를 앞두고 있다. 대다수 사람은 당연히 폴의 마지막 목표인 NBA 우승을 위해 강팀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폴의 선택은 뜻밖에도 샌안토니오였다. 당연히 가장 큰 이유는 웸반야마의 존재다. 웸반야마라는 초특급 신성과 함께 뛰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또 2023-2024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식스맨 역할을 맡았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폴은 NBA 커리어 내내 주전으로 출전했던 선수다. 식스맨 역할은 처음이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한 시즌 경험한 결과, 식스맨 역할은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냉정히 폴이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간다면, 식스맨 역할을 맡게 될 것이 자명하다.
또 트레이드로 반즈를 영입했다. 반즈 영입은 어부지리와 같았다. 새크라멘토 킹스가 드로잔을 영입하기 위해 고액 연봉자를 트레이드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물로 나온 선수는 반즈였고, 샌안토니오가 공짜로 반즈를 획득한 것이다. 반즈는 2023-2024시즌 평균 12.2점 3리바운드를 기록한 포워드다. 반즈도 노쇠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으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샌안토니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래프트를 통해서 캐슬을 지명했다. 캐슬은 수비에 능한 포인트가드 자원으로 샌안토니오의 가드 갈증을 해결할 선수로 보인다. 폴이라는 좋은 베테랑 밑에서 신인 시즌부터 배울 기회가 생겼다.
영입한 선수는 많지만, 이탈한 선수는 거의 없다. 발로우와 그래험은 모두 샌안토니오에서 전력 외 자원이었던 선수들이다.
즉, 샌안토니오는 이번 오프시즌에 엄청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차기 시즌을 기대하기 만들기 충분했다.
키 플레이어: 빅터 웸반야마
2023-2024시즌 기록: 71경기 평균 21.4점 10.6리바운드 3.9어시스트 3.6블록슛
'제임스 이후 최고의 재능' 웸반야마를 요약하는 문장이다. 웸반야마는 프랑스 국적의 선수로 미국 대학무대인 NCAA에서 활약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드래프트 전부터 엄청난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그 이유는 말이 안 되는 신체 조건을 지녔기 때문이다. 219cm의 신장과 244cm의 윙스팬은 게임에서도 구현하기 어렵다. 심지어 속도와 점프력마저 수준급이다. 그런 선수가 포워드처럼 화려한 드리블과 3점슛을 던진다. 농구 팬들은 NBA 입성 전부터 웸반야마에게 열광했다.
역대급 재능이라는 평은 모두 동일했으나, NBA 무대에서 곧바로 위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적었다. 일단 근육이 붙지 않은 상태로, 몸싸움에서 취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거기에 3점슛과 드리블 기술도 시도할 수 있다는 정도지 자신감 있게 꺼낼 수 있는 무기는 아니었다.
이런 예상대로 웸반야마는 시즌 초반에 고전했다. 상대 빅맨의 적극적인 몸싸움에 애를 먹었고, 공격에서 주로 외곽에서 겉돌았다. 냉정히 외곽에서 겉도는 웸반야마는 위력이 없었다. 수비에서는 곧바로 NBA 주전급 기량을 증명했으나, 공격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NBA 팬들도 아쉬움을 표했다. 역대급 재능이라고 기대했으나, 곧바로 리그를 지배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인왕 경쟁 상대였던 쳇 홈그렌이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더욱 비교됐다. 이대로면 신인왕은 홈그렌의 차지가 될 것이 유력했다.
앞서 말했듯 올스타 기간 이후 웸반야마는 다른 선수가 됐다. 공격에서 동료들을 찾는 것이 아닌, 주도적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기에 말을 듣지 않던 3점슛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보다 적극적으로 골밑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전반기에 웸반야마는 팀의 에이스라는 느낌이 적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누가 뭐래도 팀의 에이스이자, 확실한 1옵션의 모습으로 보였다.
단순히 공격 상황뿐만 아니라 클러치 상황이나 승부처에도 웸반야마가 공을 들고 공격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팀 내에서도 웸반야마를 믿고,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결국 웸반야마는 신인 시즌에 평균 20점 이상-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하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놀라운 점은 평균 3.6블록으로 블록슛 전체 1위에 오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2004년생 1년차 신인이 해낸 것이다. 신인왕도 홈그렌을 제치고,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웸반야마는 이미 슈퍼스타가 됐다. 웸반야마를 상대했던 선수들은 모두 웸반야마를 극찬했다. 심지어 슈퍼스타 중 웸반야마와 함께 뛰기를 원했다는 선수가 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그 첫 번째 선수로 폴이 샌안토니오로 합류했다. 폴의 합류는 웸반야마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폴은 비록 전성기가 한참 지난 선수지만, 여전히 빅맨을 살리는 패스에는 일가견이 있다. 2023-2024시즌 포인트가드 부재로 고생했던 샌안토니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웸반야마의 공격도 훨씬 편해질 것이다.
차기 시즌은 웸반야마에게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웸반야마의 눈부신 성장을 지켜보자.
예상 라인업
크리스 폴-데빈 바셀-켈든 존슨-해리슨 반즈-빅터 웸반야마
샌안토니오는 오프시즌에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가장 큰 약점이던 포인트가드 포지션에 베테랑 폴이 합류했다. 폴의 합류는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던 샌안토니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폴은 주전 포인트가드이자, 코트의 감독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전 슈팅가드에는 2023-2024시즌 확실한 성장세를 보인 바셀이 차지할 것이다. 바셀은 2023-2024시즌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내며, 웸반야마에 이은 팀의 2옵션 역할을 수행했다. 바셀은 평균 19.5점 4.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평균 20점에 육박하는 득점을 올렸다. 폴의 합류로 바셀도 훨씬 나은 환경에서 공격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주전 스몰포워드도 샌안토니오가 공들여 키운 유망주 존슨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허슬 플레이에 능하고, 득점력도 갖춘 선수다. 존슨도 어느덧 NBA 5년차 시즌이 끝난 선수다. 더 이상 유망주라고 보기는 어렵다. 2022-2023시즌 평균 22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잠재력이 폭발하나 싶었으나, 2023-2024시즌 평균 15.7점 5.5리바운드로 부진했다. 반전이 필요한 존슨이다.
파워포워드 포지션은 반즈가 주전으로 나설 것이 예상된다. 반즈는 2023-2024시즌 노쇠화한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괜찮은 기량을 갖춘 선수다. 3&D 유형으로 동료들에게 큰 힘이 되는 선수다. 하지만 소핸이라는 키워야 할 유망주가 있다. 샌안토니오는 여전히 리빌딩을 진행하는 팀이다. 경험치를 위해 소핸을 주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전 센터는 당연히 웸반야마다. 웸반야마는 2023-2024시즌처럼 센터와 파워포워드 포지션을 오가며 활약할 것이다. 웸반야마는 공격과 수비 모두 에이스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웸반야마가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샌안토니오의 경기력은 천지 차이다.
샌안토니오는 여전히 리빌딩 진행 중인 팀이다. 하지만 차기 시즌에는 2023-2024시즌보다 훨씬 보는 맛이 있을 것이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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