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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블랑 감독이 현대캐피탈의 11년만의 컵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이 27일 통영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준결승에서 삼성화재를 3-2(25-16, 25-21, 17-25, 22-25, 15-12)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2013년 이후 11년만의 컵대회 결승 진출이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첫 두 세트를 완벽한 경기력으로 압도했지만, 김정호와 김우진이 날아오른 삼성화재의 역습에 흔들리며 5세트로 끌려갔다. 다행히 5세트에 허수봉과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동반 맹활약을 펼치며 값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승장 필립 블랑 감독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블랑 감독은 “첫 대회에서 결승 무대까지 오를 수 있어 기쁘다. 첫 두 세트는 정말 훌륭하게 치렀다. 다만 아직은 효율이나 감정 컨트롤 같은 부분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결승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치러보겠다”며 승리 및 결승 진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젊은 피 김진영과 이준협은 나란히 선발로 나섰고, 5세트에도 코트를 밟으며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블랑 감독은 “이준협과 김진영은 지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김진영은 우선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배구에 대한 이해도도 좋고, 서브도 좋은 선수라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준협은 첫 두 세트에서 사이드 아웃을 만드는 분배가 정말 좋았다. 중간에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5세트에 다시 안정감을 찾으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두 선수에 대해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블랑 감독은 레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레오가 체력적으로 계속 올라오는 것 같다. 이번 경기에서는 블로킹도 좋았다”며 레오를 칭찬했다. 그러나 블랑 감독이 칭찬만 하는 감독은 아니었다. 그는 3-4세트에 흔들리는 경기력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KB손해보험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었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며 팀의 뒷심 부족을 꼬집었다.

블랑 감독은 “이제 우리는 가장 강한 팀인 대한항공을 결승에서 만난다.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28일에 있을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를 전하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삼성화재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분루를 삼켜야 했다. 알리 파즐리(등록명 파즐리)의 부진이 뼈아팠다. 4세트까지 공격 효율 -6.06%에 범실 11개를 쏟아내며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파즐리는 5세트에 공격 성공률 80%를 기록하며 뒤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이미 패색이 짙어진 뒤였다. 파즐리의 부진을 메운 김정호와 김우진의 맹활약은 인상적이었지만, 결국 결승 진출에 실패한 삼성화재였다.

패장 김상우 감독은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해줬다. 그 어떤 경기와 대회보다도 똘똘 뭉쳐서 연습했던 것들을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발견한 대회였다”고 대회를 먼저 총평했다.

이후 김 감독은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현대캐피탈의 서브가 너무 잘 들어왔다. 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쉽지 않았다. 여기에 파즐리의 성공률까지 너무 떨어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운을 뗀 김 감독은 “하지만 3세트부터 유효 블록과 수비가 이뤄지면서 우리의 빠른 패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분위기를 조금 바꿀 수 있었다”며 3-4세트의 분전 비결도 소개했다. 


김 감독은 “보시다시피 전력 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신장도, 힘도 밀린다. 하지만 리그가 시작되면 우리는 그런 현대캐피탈과 여섯 번 맞붙어야 한다”며 현대캐피탈이 난적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경기에서 0-3으로 지면 다가올 리그에서도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5세트까지 경기를 끌고 간 것은 긍정적이었다”며 이번 경기에서의 분전이 시즌을 치르는 데 자양분이 될 것임을 언급했다.

끝으로 이날 최악의 하루를 보낸 파즐리에 대해 김 감독은 “이렇게 높은 블로커들과 강한 공격수들을 만나본 게 처음일 거다. 연습경기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마 파즐리에게는 부담스러운 경기였을 것이다. 파즐리가 이런 팀을 상대하는 것에 적응해줘야 한다”며 이번 경기에 대해서는 강한 질책을 하지 않되, 다가오는 시즌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함을 강조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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