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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스바니가 투견을 자처했다. 모두를 물어뜯을 준비가 됐다.

25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대한항공의 일본 전지훈련에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는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포짓과 아웃사이드 히터를 오가며 많은 연습경기를 소화하고 있고, 신체적-기술적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그는 전반부 일정이었던 오사카 블루테온과의 연습경기에서 고향 후배 미겔 로페즈와 조우하기도 했다. 경기 전에는 로페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요스바니는 코트 위에서 로페즈와 전위 맞대결을 펼치며 폭발적인 활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후배를 따뜻하게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숙소에서 <더스파이크>와 만난 요스바니는 “로페즈랑은 같은 쿠바인일 뿐만 아니라 고향까지 같다. 물론 시기는 다르지만 같은 학교를 나왔고, 배구 스승님도 같은 분이다”라며 로페즈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와의 맞대결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 단계는 아직 나도, 로페즈도 몸을 만들어가는 단계다. 오사카에서의 연습경기만으로 누가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는가를 따지는 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다만 로페즈를 포함해 오사카와 도쿄에서 좋은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요스바니는 일본에서의 연습경기 내내 순간적인 볼 처리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때로는 한 손으로, 때로는 두 손으로 순식간에 공을 컨트롤했다. 이에 대해 “배구를 하다보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늘 발생한다”고 운을 뗀 요스바니는 “그런 순간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준비를 늘 하고 있다. 이것이 곧 우리가 하는 훈련의 목적이기도 하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요스바니는 상술했듯 오른쪽과 왼쪽을 오가며 다양한 자리에서 연습경기를 소화했다. 볼 훈련 시간에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함께 추가로 리시브 보강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비시즌에는 특정한 포지션에 더 주력하고 있지는 않다. 두 가지 포지션을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감독님께서도 ‘두 개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노력해야 한다. 팀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며 두 포지션 모두를 연습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같은 외국인 선수이자 V-리그 후배인 아레프 모라디(등록명 아레프)에 대해 묻자, 요스바니는 의젓한 선배다운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아레프뿐만 아니라 모든 1년차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에서의 첫 생활이 정말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문화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배구 스타일도 다르다. 그래서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아레프는 적응을 잘하고 있다. 더 적응을 해나간다면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재밌고 유쾌한 친구다”라며 동료이자 동생인 아레프를 격려했다.

의젓하고 차분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는 요스바니에게서,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여준 모습보다도 더 큰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비시즌은 요스바니가 처음으로 가족들, 그리고 반려견과 떨어지지 않은 채 한국에서 함께 지내는 비시즌이기 때문이다. 요스바니는 “지금 나는 심적으로 굉장히 안정돼 있는 상태다. 훈련을 마치고 집에 가면 나를 반겨주는 사람과 반려견이 있다는 것,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익숙하면서 좋은 기억이 있는 대한항공에 다시 돌아오게 돼서, 또 가족들과 함께 치를 수 있어서 이번 시즌은 나에게 특별한 시즌”이라며 비시즌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후 요스바니가 곧 재회하게 될 두 개의 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먼저 9월 7~8일에 한국을 찾는 이탈리아 리그 팀 베로 발리 몬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과거 몬자에서 뛴 경력이 있는 요스바니는 “만나면 반가울 얼굴들이 많다. 몬자에서 긴 시간을 뛴 건 아니지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 친구들이 한국에 온다고 했을 때, 약간의 자부심 같은 것도 느꼈다. 다시 만나 코트 위에 함께 설 생각에 기쁘다”며 몬자 동료들과의 재회를 기대했다.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컵대회와 리그가 개막하면 또 하나의 옛 친구들인 삼성화재와도 재회가 예정돼 있다. 요스바니는 “삼성화재의 구성원들은 모두 존중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친분도 깊고, 그곳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을 만나는 건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며 삼성화재에 대한 존중을 먼저 표했다.

그러나 두 팀과의 재회를 기대하는 말을 먼저 꺼낸 뒤, 요스바니가 뱉은 표현은 야성미가 넘쳤다. 그는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나는 투견이고 반대편 코트에 서는 사람들은 나의 먹잇감이다. 나는 먹잇감을 물어뜯을 거다. 코트 안에서는 나와 친분을 쌓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옛 친구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사냥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살벌한 멘트를 뱉던 요스바니는 대한항공의 팬들에게 인사를 전할 때는 다시 신사가 됐다. 그는 “대한항공의 팬들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다. 다가오는 시즌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많은 응원 보내주신다면 대한항공이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도록 큰 힘을 내겠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진심을 표현했다. 투견과 신사를 오가는 두 얼굴의 사나이 요스바니와의 흥미로운 인터뷰였다.

사진_도쿄/김희수 기자,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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