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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걸음 더'가 절실히 필요하다. '안경에이스'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 가을야구부터 가야한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데뷔 이래 단 1번 뿐이다. 2014년 KT 위즈에 입단한 그는 이듬해 롯데로 트레이드됐고, 2017년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부산에 5년만의 플레이오프를 선물했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 롯데는 이후 7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2013년부터 12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이 그 단 1번 뿐이다.

고액 FA를 영입하고, 육성 전문가도 모셔오고, 다시 고액 FA를 영입하고, 올해는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명장까지 영입했지만 또다시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롯데의 천적이자 어느덧 가을야구 강팀으로 자리잡은 KT 위즈를 보면, 팀의 중심이 되는 베테랑들에 신예들이 차근차근 더해지는 구조다. 롯데 투수 중엔 박세웅이 그 역할을 해줘야하는 입장.

내년이면 서른. 이제 커리어 뿐 아니라 나이로도 베테랑의 반열에 올라서는 그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구위는 확실한 승리카드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올해 롯데 외국인 투수진은 역대에 꼽힐만한 대성공을 거뒀다. 반즈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한달이 넘은 게 유일한 아쉬움일 뿐이다. 윌커슨은 단 한번도 로테이션을 빠지지 않았고, 반즈는 위력적인 투구로 가장 믿을만한 투수의 존재감을 뽐냈다.

그 뒤를 받칠 토종 선발들의 부진이 특히 아쉬웠던 한 해다. 나균안은 개인사로 부진했고, 이인복은 팔꿈치 수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김진욱이 나름 한 자리를 메워주긴 했지만, 5선발 아닌 4선발로는 부족함이 많았다. 정현수 박진 등 젊은 선수들에겐 기회가 됐지만, 아직 믿고 맡기기엔 부족했다.

무엇보다 박세웅의 부진이 컸다. 올해 박세웅의 성적은 30경기 6승11패 173⅓이닝, 평균자책점 4.78이다. 6승은 롯데에서 선발 한자리를 꿰찬 이래 부상에 시달린 2018~2019년(12경기 60이닝 이하)을 제외하면 최저 승수.

4.78의 평균자책점도 커리어로우에 가깝다. 올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20명의 선발투수 중 무려 18위에 해당한다.

시즌 막판 미친듯한 호투를 연발했지만, 5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을 4점대로 끌어내리는데 그쳤다. 그나마 부상없이 꾸준한 등판, 리그 전체 공동 3위(윌커슨 1위, 후라도 2위)에 오른 이닝수가 위안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두려워하지 말고 붙으라'를 거듭 강조하며 박세웅을 이끌었다. 올시즌 성적에 대해서는 “올해 같으면 내년에 팀이 좀 어려워진다. 박세웅 정도면 팀의 승리를 70% 정도는 책임져줄 수 있는 투수가 돼야한다. 아마 올해 본인도 느낀게 많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선발진은 올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공동 2위(57개, 1위 LG 트윈스 58개)를 기록했다. 박세웅도 14번을 기록하며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했다. 결국 팀 평균자책점 9위(5.26)로 난조를 보인 불펜의 책임이 더 컸던 셈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투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강남의 부재가 컸다“고 강조했다. 고질병이던 무릎 수술을 받은 유강남은 내년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유강남의 공백이 정말 영향이 컸다. 다른 포수들과의 역량 차이가 정말 컸다. 투수들이 많이 고생했을 거다.“

박세웅의 이름을 수식하는 '안경에이스'는 정말 영광스런 별명이다. 롯데 역사상 단 2번뿐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동원-염종석의 뒤를 잇는 투수로 인정받은 것. 롯데가 1992년 이후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려면, 박세웅이 그에 걸맞는 선수로 성장해줘야한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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