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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이날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9-5로 리드하던 5회초, KIA 타이거즈는 2사 1, 2루에서 선발 양현종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투구 수는 87개로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승리 요건을 채우는 데 무리가 없는 숫자였다. 하지만 마운드로 올라간 정재훈 투수 코치의 손에는 공이 들려 있었다. 투수 교체를 의미하는 장면. 양현종은 정 코치와 대화를 나눈 뒤 김대유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대유는 김영웅을 삼진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KIA는 삼성에 10대5로 이겼다.

양현종은 KIA를 넘어 한국 야구 좌완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간판 투수. '대투수'라는 별명에 걸맞은 퍼포먼스로 KIA 마운드를 지켜왔다. 팀의 상징적인 에이스를 승리 요건이 눈앞인 상황에서 교체하기는 여건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럼에도 이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김대유를 올린 건 오늘의 승부처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IA는 이날 나성범의 만루포를 포함, 3회말에만 6득점 빅이닝을 만들면서 승기를 잡았다. 양현종을 교체한 뒤 불펜이 실점 없이 삼성 타선을 막아냈다. 이날 승리로 KIA는 시즌전적 53승2무35패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 감독은 “활발한 공격력을 앞세워 승리할 수 있었다“며 “소크라테스가 리드오프 역할을 잘 해줬고, 최형우가 초반에 투런홈런을 쏘아 올리며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다. 동점 허용 후 밀어내기 볼넷과 나성범의 결정적인 만루홈런이 터지면서 오늘 경기를 기분좋게 가져올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어 “임기영이 1⅓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등 불펜진이 힘을 내줬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선발 부상으로) 팀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모든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내일도 팬과 함께 승리할 수 있는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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