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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재일동포 설립 학교 최초로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정상에 오른 교토국제고.

재일동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2003년 일본 정부 정식 인가를 받았고, 일반 학생을 받았다. 전체 학생 160명의 소규모 한국계 학교. 재적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가량이다. 일본 학생이 대다수지만,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고시엔 전 경기를 중계하는 일본 공영방송 NHK는 출전 학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을 교가 자막과 함께 내보낸다. 교토국제고 야구부원 대다수가 일본 선수라도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이 재일동포 사회, 한국과 일본 팬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들이 일본 정상에 서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규모 자체가 적다 보니, 야구부에 넉넉한 지원을 하기엔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여러 사정으로 후원을 받기도 어려웠다. 야구부원들은 비닐테이프로 기운 야구공으로 밤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오로지 고시엔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안고 청춘을 바친 야구소년들.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게 KIA 타이거즈다.

올 초 일본 고치현에 퓨처스(2군) 캠프를 차린 KIA의 심재학 단장은 현지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교토국제고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었다. 심 단장과 KIA는 고민 끝에 퓨처스 캠프에서 쓰던 연습구 중 쓸만한 공 1000개를 교토국제고에 기증했다.

해외 캠프에 나서는 KBO리그 팀들은 연습구를 캠프지 인근 학교에 무상으로 선물하고 온다. 당초 KIA 퓨처스팀도 캠프지인 고치현 유소년 야구팀에 연습구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이 공 갯수를 조금 줄이고, 교토국제고에 보낼 야구공을 보태는 쪽을 택했다. 교토국제고 측은 감사의 뜻을 담은 편지와 3월 선발 고등학교야구대회(봄 고시엔) 초청장을 KIA 측에 보냈지만, 심 단장은 리그 일정 때문에 일본을 찾지 못했다고.

심 단장은 “교토국제고가 고시엔 대회 결승에 진출하면서 우리 구단이 지원한 일이 뜻하지 않게 알려졌다“며 “최준영 KIA 타이거즈 대표이사님도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셨다“고 전했다. KIA 관계자 역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작은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냈다니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교토국제고와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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