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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안양/조영두 기자] LG전에서 결장했던 정효근(31, 202cm)이 가자미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안양 정관장 김상식 감독은 24일 창원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정효근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정효근이) 수비하고 빨리 백코트를 하길 바란다. 자꾸 슛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백코트를 안 하고 공격만 신경 썼다. 슛 성공률이 컵대회 포함해서 14%였다. 2점슛 5개, 3점슛 14~15개 던지고 수비와 백코트를 안 했다”며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이어 “이종현이 발목이 돌아가서 (정)효근이를 기용했더니 본인만의 것을 하려고 하고, 득점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이야기를 해줬다. 나머지 선수들에게 영향이 갈까 봐 걱정했다. 선수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그걸 이야기했다. 팀이나 코칭스태프에서 바라는 건 악착같이, 빨리 뛰어다니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김상식 감독의 질책은 단순히 인터뷰로 끝나지 않았다. 아예 정효근을 배제하고 경기를 치른 것. 정효근의 출전 시간은 0이었다. 팀에 장신 포워드가 사실상 정효근밖에 없었지만 끝까지 기용하지 않았고, 정관장은 4쿼터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75-82로 패했다.

26일 안양 장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관장과 원주 DB의 맞대결. 경기 전 김상식 감독이 또 한번 정효근의 이름을 꺼냈다. “오늘(26일)은 효근이가 선발로 나간다. 안 되는 부분이 뭔지, 해야 될 역할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했다. 기본적으로 우리 팀은 효근이가 어느 정도 해줘야 한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줬으면 한다.”

사령탑의 마음을 알았을까. 초반부터 정효근은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1쿼터에만 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공격보다 수비와 궂은일에 집중했다. 2쿼터에는 김종규를 앞에 두고 인유어페이스 덩크슛을 꽂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향한 그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덩크슛이었다.

이날 정효근의 슛 감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수비와 궂은일에서 팀에 공헌했다. DB산성을 뚫고 연이어 리바운드를 걷어냈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확실히 이전 경기들과 달라진 플레이를 펼쳤다.

정효근은 36분 55초를 뛰며 6점 9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야투 9개 중 2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캐디 라렌(15점 18리바운드 4블록슛)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관장이 DB를 68-60으로 꺾고 시즌 첫 승을 거두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기 후 김상식 감독은 정효근에 대해 “이전 경기들보다 궂은일을 잘해줬다. 리바운드와 수비를 주문했다. 슛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지만 수비는 놓치면 실점이다. 공격이 안 되면 수비로 풀어달라고 했다. 오늘은 내가 말한 걸 수행하려고 한 게 눈에 보였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만화 ‘슬램덩크’에는 “화려한 도미보다 가자미처럼 진흙투성이가 돼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코트 위 5명 모두가 빛날 수 없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는 누군가 궂은일을 도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정효근은 가자미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앞으로도 그가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힘을 내준다면 정관장은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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