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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장님 말씀에 자신감을 찾았다.“

2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차이는 6경기반. 정규시즌 뿐 아니라 한국시리즈까지 그대로 달려갈 기세다. 2017년 이후 첫 통합 우승이 보인다.

시즌 직전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 나이 43세, 리그에서 가장 젊은 사령탑 이범호 KIA 감독의 탄생이었다.

오래전부터 KIA가 차세대 감독으로 예비해뒀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워낙 과정에 아쉬움이 컸다. 우승을 노리는 KIA의 올시즌을 잘 이끌지에 대한 의문어린 시선이 많았다.

이범호 감독은 성적으로 답했다. '준비된 감독'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시즌초 계획한 선발 5명 중 '대투수' 양현종 1명만 남았다. 외국인 투수들이 잇따라 부상과 부진으로 교체됐다. 주장이자 타선의 중심인 나성범을 비롯해 팀을 이끄는 주축 선수들도 거듭된 부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는 흔들리지 않았다. 팀당 15~2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도 여전히 순위표 맨 윗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7년에도, 올해도 KIA 에이스는 양현종이다. 25경기 149이닝을 소화하며 10승3패 평균자책점 3.87의 안정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주장 나성범-최고참 최형우부터 'MVP 후보' 김도영에 이르기까지 탄탄하게 다져진 선수단 케미도 남다르다. 지난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결승타를 친 이우성은 이범호 감독을 가리켜 '우리 대장님'이라고 했다.

8월 한달간 월간 OPS(출루율+장타율) 0.592로 극악의 부진을 보인 그는 삼성과의 2연전을 앞두고 감독실을 찾아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다고. 이범호 감독은 여유있게 웃어넘겼다. “안 그래도 소심한 놈이 왜 이리 소심하게 구냐. 너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격려했다.

⅓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던 선발 황동하에 대해서도 “질책을 안할 수는 없다. 좀더 집중해달라는 얘길 했다“면서도 “어린 친구가 삼성팬들의 함성에 많이 놀란 것 같다. 스스로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프로 3년차인 황동하는 올해 대체선발로 시작했지만, 올시즌 벌써 18경기에 선발등판하며 당당히 한자리를 꿰찼다. 4승6패 평균자책점 4.79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단 축 처진 이들을 격려하고, 포용함으로써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이우성은 “감독님이 진짜 화내실 때는 무섭다. 하지만 그전까진 꾹 참고 끌고 가신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까진 못하더라도 해가 되고 싶진 않다“고 강조했다.

전날 4시간 18분의 혈투를 치른 뒤 곧바로 낮 2시 경기가 이어진 날이었다. 사령탑은 '푹 쉬고 천천히 준비하자'는 뜻을 전했지만, 주장 나성범이 '오늘은 연습이 꼭 필요하다. 오랜만의 낮경기인 만큼 타자들에게도 적응이 필요하니 정시출근해서 타격 연습을 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범호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KIA 선수단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 난적 삼성을 상대로 2경기 연속 뒤집기를 연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특히 나성범은 동점 홈런을 치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좌익수 자리에도 나성범과 41세 최고참 최형우가 번갈아 나서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우리팀이 잘되는 이유다. 둘중 하나라도 빠지면 사실 우리팀 공격력에 많이 감소되지 않나. 서로 이해하고 힘을 내주고 있다. 두 선수가 모두 건강하게 체력을 안배하며 가는게 우리팀에겐 가장 좋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리그 선두이긴 하지만, 훈훈한 에피소드만 가득하다. 서로를 향한 칭찬만 가득하다. 이우성은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나.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씀드릴 뿐이다. 적어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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