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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자신의 유로 마지막 대회에서 루카 모드리치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크로아티아는 25일(한국시각) 독일 라이프치히의 라이프치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유로 2024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 무승부로 크로아티아는 16강 탈락 위기에 놓였다.

크로아티아는 이겨야만 했다. 무승부를 기록해도 산술적으로 16강 진출이 가능했지만 이는 매우 희박한 가능성이었다.

저력의 크로아티아는 이번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도미니크 리바코비치의 선방쇼를 앞세워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에 선제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전반전은 팽팽한 승부 끝에 0대0으로 마무리됐다.

행운의 여신이 크로아티아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8분 다비데 프라테시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핸드볼을 저지르면서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다. 키커로는 크로아티아의 전설인 모드리치가 나섰지만 모드리치의 슈팅은 잔루이지 돈나룸마에게 읽혔다.

모드리치는 페널티킥 실축 1분 만에 참회의 득점을 터트렸다. 루카 수치치의 크로스가 많이 휘어지면서 올라왔고 안테 부디미르가 발에 맞췄다. 이마저도 돈나룸마가 급하게 쳐냈지만 페널티박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모드리치가 선제골을 작렬했다.

이대로 끝나면 크로아티아가 이탈리아와의 경쟁을 이기고 조 2위가 될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파상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는 체력이 많이 빠진 모드리치까지 교체해주는 변화까지 선택했다. 크로아티아는 모든 선수들이 몸을 던지면서 실점을 막아냈다.

후반 추가시간은 8분이 주어졌고,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채로 7분이 흘렀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공격이 될 수 있는 순간, 센터백인 리카드로 칼라파도리가 볼을 가지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도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이때 칼라파도리에 크로아티아 수비진 시선이 집중됐고, 칼라파도리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측면에 빠져있던 마티아 자카니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자카니는 마음먹고 감아차기를 시도했고,

자카니의 슈팅이 크로아티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는 1대1로 마무리됐다.

이탈리아는 웃었고, 크로아티아는 좌절했다. 이번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모드리치는 탈락을 직감하고 눈물을 흘렸다. 경기 최우수 선수 트로피 기념 사진 속 모드리치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모드리치의 마지막 유로 대회에서 크로아티아가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축구 통계 매체 OPTA에 따르면 크로아티아가 16강에 오를 확률은 무려 2.65%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알바니아, 스코틀랜드, 폴란드를 제외하고 산술적으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있는 나라 중에서 제일 낮다. 기적밖에는 답이 없다.

모드리치가 슬픔의 눈물을 환희의 눈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복잡하다. 이번 유로 대회는 4개의 국가가 6조로 나뉘어서 16강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조 1, 2위는 16강 직행이다. 남은 4장의 티켓은 각 조의 3위 중 성적이 좋은 4팀에게 돌아간다.

각 조의 3위와 크로아티아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는 승점 3점이라 승점 2점인 크로아티아를 이미 넘어섰다. 크로아티아가 극적으로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현재 조 3위 나라 중에서 4등인 슬로베니아가 먼저 미끄러져야 한다.

슬로베니아는 C조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가 잉글랜드다. 슬로베니아가 잉글랜드와 비기기만 해도 크로아티아는 짐을 싸야 한다. 슬로베니아가 무조건 패배하면서 동시에 많은 실점을 기록해야 한다.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골득실 차이가 3골 차이로 벌어졌기 때문에 슬로베니아가 잉글랜드한테 3골차 이상으로 패배해야만 한다.

잉글랜드가 전력만 본다면 슬로베니아를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이번 대회 들어서 공격에서 답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된 잉글랜드가 16강을 앞두고 로테이션을 돌릴 수도 있기에 크로아티아를 돕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에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를 도와준다면 이제는 포르투갈과 튀르키예가 나서야 한다. 현재 F조 3위는 체코와 조지아의 경쟁 속에 있다. 두 팀 모두 승점 1점인 가운데, 만약에 체코나 조지아 중에서 1팀이라도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비긴다면 크로아티아는 대회 탈락이 확정된다. 현재 골득실에서 조지아와 체코 모두 크로아티아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이 조지아를, 튀르키예가 체코를 잡아줘야만 크로아티아의 2.65%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 너무나 많은 조건이 달려 있는 크로아티아의 16강 진출 시나리오다.

모드리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축구는 때로는 잔인하다. 우리는 골을 넣을 자격이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도, 이번에도 우리는 추가시간에 실점했다. 운명이 우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국가대표팀 은퇴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언젠가는 축구화를 벗겠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타이밍이 아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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