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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형, 드디어 (한국시리즈) 냄새 맡네요ㅎㅎ.“

지난 16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39)는 경기 후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주인공은 NC 다이노스 손아섭(36). 둘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10년 넘게 프로,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한 절친 선후배다. 삼성이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잡으면서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을 높인 당시. 프로 데뷔 21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문턱 앞에 다다른 강민호를 향해 손아섭은 부러움 반, 시샘 반 섞인 시선을 보낸 것.

그동안 두 선수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나란히 달고 있었다. 프로 통산 2000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유이한 한국시리즈 미출전 선수 타이틀이 그것. 올 시즌까지 강민호가 통산 2369경기, 손아섭이 2058경기를 기록 중이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삼성이 LG 트윈스를 꺾고 2015년 이후 9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선 가운데, 강민호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에 닿았다. 이제 2000경기 이상 출전자 중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는 손아섭만 남게 됐다.

강민호는 20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를 통해 “한국시리즈에 오는 게 꿈이었다. 이 자리에 오는 데 정확히 21년이 걸렸다. 좋은 팀원을 만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후배들과 함께 승패는 하늘에 맡기고 후회 없이 뛰어보고 싶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승포로 삼성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끈 강민호는 “2차전까진 솔직히 후배들에게 찾아가 '나 좀 이끌어줘. 한국시리즈 좀 보내주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3차전(삼성 패)을 마친 뒤 후배들이 찾아와 '이젠 형이 좀 끌어주세요'라고 하더라“고 웃은 뒤 “(손)아섭이는 4차전이 끝난 뒤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부러워서 연락이 안 오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비원의 한국시리즈. 2004년 프로 데뷔해 2017년까지 14시즌 간 몸 담으면서 간판 선수로 활약했던 롯데 시절엔 맛 볼 수 없었던 환희였다. 손아섭 뿐만 아니라 그 시절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떠오릴 수밖에 없는 장면. 강민호는 “'한국시리즈에 한 번도 못 가본 선수'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는데,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내) 기분이 많이 업 된 것 같다“며 “아섭이나 (전)준우, (정)훈이 같은 친구들이 있는데...'너희들도 할 수 있어, 파이팅 해'라고 말하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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