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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꽃 같던 팬들의 염원, 드디어 이뤄지는걸까.

페넌트레이스 막판 독수리의 날갯짓이 예사롭지 않다. 어느덧 5강 경쟁 상대가 된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완승을 거두더니,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절대 열세였던 선두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도 연승 흐름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페넌트레이스 끝물, 이 시기 한화 앞에 '5강 경쟁팀'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게 사실.

3월 한 달간 7승1패로 승률 1위였던 한화는 4월 6승17패의 처참한 성적 속에 승패마진을 까먹었다. 6월 2일 '명장' 김경문 감독을 데려오는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으나, 반등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는 8월 14승10패로 승패마진 흑자를 기록했고, 중위권 혼전 양상 속에서 어느덧 5위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최근 한화의 경기력은 인상적이다.

김 감독 부임 이후 리빌딩 과정에서 발굴한 문현빈 이도윤 김태연 김인환 장진혁 뿐만 아니라 채은성 안치홍 최재훈 등 베테랑까지 시너지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투수진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을 찾으면서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선수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시즌 중반, 처질대로 처진 팀 분위기를 재건하고 새 시즌 희망을 보기엔 주어진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는 “사실 부임 후 두 달 동안은 정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자양분이 된 건 꺼질 줄 모르는 팬심.

김 감독은 “한화 팬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홈 경기는 물론, 원정 때도 좌석을 다 채우더라“며 “스프링캠프에서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운동했다면 적어도 가을야구에 이런 팬들을 모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끝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좀 더 강한 팀이 돼 팬들을 가을 잔치에 모셔 기쁘게 할 수 있는 팀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의 결과는 단순히 의지와 팬심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실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결과도 따라올 수 없다.

김 감독은 “사실 우리 선수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승부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떠올린 승부는 지난 23~25일 잠실 두산전. 당시 한화는 베테랑 채은성 안치홍이 이탈한 가운데 두산을 잇따라 격파하면서 2005년 6월 4~6일 청주 3연전 이후 19년, 일수로는 무려 7020일 만에 두산전 스윕을 일궜다.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완벽한 신구 조화와 마운드의 힘, 집중력으로 스윕승을 일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명장의 가슴 한켠에 있던 불안감을 반등 자신감으로 바꾼 승부.

김 감독은 “큰 고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대로 야구가 되진 않는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우리팀 승리조가 타 팀에 뒤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타자들도 제 역할을 해주고 연승 흐름을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한화는 기적을 만들까.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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