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1 13:40:00]
[부여=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우리는 모두 하나!'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국내팀과 해외팀 선수들이 피치 위에서 따뜻하게 화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에 걸쳐 충남 부여군 백마강생활체육공원에서 '하나은행 초청 K리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유니파이드 인터네셔널컵'이 열렸다. K리그와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는 2021년 9월 스페셜올림픽 통합축구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4년째 통합축구대회를 치르고 있다. '하나은행 초청 K리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유니파이드 인터네셔널컵'은 승패보다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축구하며 서로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포용과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케이리그어시스트,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주최·주관하고, 하나금융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 동원샘물과 링티가 협찬사로 나선 이번 대회 특징은 경기 순위별 시상을 따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선수를 고르게 기용한 감독 니시 신이치 가고시마 감독이 지도자상,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한 스페셜 선수 찰스 브라이언, 파트너 선수 엘로디 오리에(이상 파리생제르맹)가 화합상을 수상했고, 경기감독관이 선정한 최고의 파트너에게 수여하는 MVP는 스페셜 선수 양동원(제주), 파트너 선수 이상원(부산)이 가져갔다. 참가 선수 전원은 단체상을 받았다. '스페셜 MVP' 양동원은 “실수한 것도 많은데 저를 MVP로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이번대회에서 총 5골을 넣었는데, 이때까지 열심히 축구를 한 덕에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하나은행 초청 K리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유니파이드 인터네셔널컵'에는 국내 9팀(경남, 대전, 부산, 부천, 성남, 전남, 제주, 포항, 연맹), 해외 3팀(파리생제르맹, 에버턴, 가고시마) 등 12개팀, 총 210여명이 참가해 그라운드 위에서 우정을 나눴다. 파리생제르맹 미드필더 이강인은 지난달 31일 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올 여름에 K리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유나이티드 인터네셔널컵이 열린다고 한다. 저희 PSG 팀도 나간다. 성공적으로 대회가 열리길 바라며, 알레 파리!(Allez Paris·파리 화이팅)“라고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에버턴의 스페셜 선수 앤드류 세틀은 “나는 자폐증을 앓고 있다. 처음에는 내향적인 성격이었지만, 통합축구를 시작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같이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7년 전 인천과 통합축구 친선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가 와서 고민없이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틀은 에버턴전에서 멀티골을 넣은 손흥민(토트넘)뿐 아니라 과거 크리스탈팰리스에서 뛴 이청용(울산)을 알고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우리 에버턴을 상대했던 기억이 있다. 실력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리버풀 출신으로 4년째 포항에 거주 중인 클레어(29)씨는 아버지가 응원하는 에버턴이 한국을 찾았다는 소식에 직접 부여를 찾았다. 그는 “풋살장에서 친해진 포항 통합축구팀 감독님 덕에 통합축구의 존재를 알게 됐다. 직접 와서 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다. 축구 대회를 위해 한국까지 온 에버턴 선수들이 대단한 것 같다. 앞으로 통합축구 대회를 응원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팀은 연고 지역 통합축구팀과 연계를 통해 팀별 최대 25명 선수단으로 구성했다. 스페셜 선수 10명, 파트너 선수 10명, 코칭스태프 5명이다. 파트너 선수는 기존 통합축구팀 소속 선수 혹은 공개 테스트를 통해 모집했다. 구단 코칭스태프가 참가해 통합축구팀 선수단 대상 훈련을 진행하고, 유니폼 및 용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남 대전 부산 제주 등 4개 구단은 2021년 초대 대회부터 꾸준히 참가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회에 직접 참가하는 열의를 보였다. 연맹 구단지원팀 김종민 프로는 “작년에 비해 대회 규모가 커지고 해외 팀까지 참가한 더 큰 교류의 장이 되어서 좋다. 발달장애인 분들과 한 팀을 이뤄서 경기를 뛰는 게 의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 직원이 중심이 된 연맹은 대전하나를 1대0으로 꺾고 '역대 첫 승'을 거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회는 12개팀이 이틀간 풀리그로 11경기씩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1인제 경기로 각 팀은 스페셜(발달장애인) 선수 6명, 파트너(비장애인) 선수 5명으로 구성됐다. 에버턴은 귀국길에 따로 파트너 선수를 구하지 못해 국내 발달장애인의 스포츠·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직원들이 파트너 선수로 직접 참가했다. 본 경기는 비장애인(파트너) 선수가 연속 득점을 할 수 없고, 발달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가 번갈아 가면서 득점을 해야 하는 로컬룰을 적용했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구분없이 20분씩인데, 한낮 33도까지 치솟은 무더위에 따른 선수 컨디션을 고려해 대회 첫 날 오후에 열린 경기 시간을 15분으로 줄였다. 이달 임기가 끝나는 이용훈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은 무더위 속에서 이틀 내내 경기를 관전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지난 4년간 통합축구 기틀을 다졌다.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PSG는 유럽 빅클럽답게 홈, 원정 유니폼을 모두 준비했다. 에버턴의 스페셜 선수 세틀은 부산전에서 골을 넣고 과거 에버턴에서 활약한 호주 공격수 팀 케이힐의 전매특허인 복싱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대회 분위기를 달궜다. 구단이 직접 통합축구팀 선수를 발굴, 육성한다는 가고시마는 11전 전승을 거두는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누구 하나 짜증을 부리거나, 심판 판정에 항의하지 않았다. 승패가 갈린 뒤에도 진심을 다해 승자를 축하해주고, 패자를 위로했다. 경기가 끝나면 상대팀 벤치에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고, 다같이 어울려 사진을 찍었다. 이틀 동안은 모두가 승리자였다. 부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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