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4 11:34:00]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지난 2일(한국시각) 리버풀의 맨유 원정, '이집트왕' 모하메드 살라가 1골 2도움으로 날아오르며 리버풀이 3대0 완승을 거두던 날, 눈 밝은 축구 팬들은 살라의 유니폼 로고에 주목했다.
리버풀은 이날 유니폼 스폰서 나이키의 '2024~2025시즌 서드 유니폼' 키트를 첫 선 보였는데 팬들의 눈에 큰 변화가 감지됐다. 나이키의 시그내처 '스우시' 로고가 통상 쓰이는 방식인 가로가 아닌 세로로 두 번 새겨진 것. 의미심장한 변화에 서포터들의 궁금증이 쏟아졌다.
제조사 나이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극적인 로고 변화가 '투게더 위 라이즈(Together We Rise, 우리는 함께 올라간다)'라는 “여자축구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나이키는 여자축구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팀들의 서드 키트 로고를 세로로 바꾸는 파격을 감행했다. 리버풀뿐 아니라 손흥민의 토트넘과 첼시 남녀팀도 세로 로고를 장착했다.
나이키는 공식 채널을 통해 서드 유니폼을 공개하면서 “풀뿌리부터 위대함까지 여자축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built to celebrate the women's game from grassroots to greatness), 2024~2025시즌 세 번째 키트 컬렉션 '투게더 위 라이즈'“라고 소개했다. 새로운 나이키 세로 로고는 '여자축구의 상승세, 단합, 가속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버풀 구단은 서드 유니폼 출시와 함께 성명을 발표하고 “'투게더 위 라이즈' 컬렉션의 일환으로 출시된 서드 키트는 여자축구와 세계 스포츠의 급속한 발전을 기념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셔츠, 반바지, 양말 모두에 세로, 더블 스우시로 이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첼시 구단 역시 성명을 내고 “세로로 된 더블 나이키 로고는 여자축구의 가속화를 의미한다“면서 “첼시의 남녀팀 모두가 착용하는 이 유니폼은 여자축구의 비약적인 발전을 축하하기 위쪽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첼시 레전드' 지소연이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말해왔듯 잉글랜드의 여자축구 발전상은 실로 눈부시다. EPL 빅클럽들이 여자축구 클럽을 함께 운영하면서 여자슈퍼리그(WSL)가 양적, 질적으로 폭풍성장했고 특히 2021년 스카이스포츠가 WSL 중계권을 사들였고, 전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WSL로 모여들면서 발전은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 시즌 아스널위민의 평균관중수가 EPL 10개 남자축구 팀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리버풀 수비수 앤디 로버트슨은 여자축구의 발전을 축하하는 이 뜻깊은 서드키트에 대해 “정말 마음에 든다“며 흡족해 했다. “특히 스우시 로고가 위로 올라간 셔츠의 색상과 디테일이 마음에 든다. 여자축구의 발전과 성장을 상징하는 것라고 들었다. 우리도 이를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여자축구의 쾌속 성장을 축하하는 유니폼까지 나오는 마당에 제자리걸음 중인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은 안타깝다. 지난해 호주-뉴질랜드여자월드컵에서 무승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파리올림픽 진출권을 놓친 이후 '고강도 여자축구'를 외쳤던 콜린 벨 감독은 영국으로 떠났고, 아직 여자축구 사령탑은 공석이다. 여자축구인과 여자축구 전문가들로 이뤄진 JFA여성위원회가 감독 선임을 결정하고 훈련을 지원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WK리그가 생소한 남자축구 중심 축구인들이 감독을 선임한다. 새로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도 황인선 전 20세 이하 여자대표팀 감독, 한준희 해설위원을 제외하면 여자축구에 정통한 전문가는 없다. 남녀축구 행정이 구분돼 있지 않다보니 여자축구는 늘 뒷전인 구조다. 특히 지금처럼 남자축구계가 시끄러울 때면 더욱 그렇다. 올해 한국여자축구 대표팀의 7월 이후 일정은 전무하다. 2월 체코, 포르투갈 원정, 4월 필리핀과의 2연전, 6월 미국 원정 2연전이 전부였다.
7~8월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여자축구 선진국들은 10월 A매치 일정도 일찌감치 잡았다. 호주는 10월 29일 독일과 친선전을 갖는다. 일본도 10월 26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A매치를 치른다. 우리도 10월 A매치를 준비중이라는데 아직 모든 것이 미정이다. 너무 더디고 답답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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