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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4차전에서 끝나진 않을 것이다.“

준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지난 8일. 광주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이렇게 전망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KIA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됐던 시리즈다. 팀 타율(3할1리), 팀 평균자책점(4.40) 모두 1위. 한국시리즈 진출 예상 후보와의 승부에서도 압도적 상대 전적을 기록했다. KIA가 스윕승으로 V12를 완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

그러나 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반드시 낮경기가 (일정에) 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일정대로면 한국시리즈 5차전이 낮경기였다. 팀 홈런 1위(185개) 삼성과 대구에서 치를 3, 4차전 원정에서 최소 1승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후 광주에서 시리즈를 마치는 걸 최상의 시나리오로 봤다.

지난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비로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되고, 22일까지 비가 내리면서 결국 전체 일정이 하루씩 미뤄졌다. 이 감독의 예상처럼 5차전은 아니었지만, KIA는 4차전 낮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5차전을 치르게 됐다.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시리즈를 끌고 왔다. 이제는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다.

4차전을 통해 승기를 잡은 KIA다.

잠시 주춤했던 타선이 반등했다. 3차전에서 삼성 레예스에 막혔던 KIA 타선은 김태군의 만루포, 소크라테스의 투런포 뿐만 아니라 테이블세터를 이룬 박찬호 김선빈이 멀티히트로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4번 타자 최형우의 컨디션 난조 변수가 있었음에도 활발한 타격을 선보이며 삼성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네일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이어 던진 불펜도 투구 수를 아끼면서 5차전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었다.

KIA는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데 초점을 둘 전망. 에이스 양현종이 선발 등판하는 가운데, 불펜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4차전에서 71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간 제임스 네일을 굳이 활용하지 않더라도 장현식-전상현-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의 힘이 막강하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강심장'을 증명한 곽도규, 스페셜리스트 이준영,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최지민까지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4차전에서 완벽하게 자리 잡은 타선이 그대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챔필(챔피언스필드 애칭) 효과'도 시너지로 이어질 전망. 25~26일 대구에서 펼쳐진 3, 4차전 이틀 간 각각 1만1000여명의 팬들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응원전에 가세했다. 경기장 뿐만 아니라 충장로,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시내 곳곳에서도 타이거즈 응원 물결이 넘쳤다. V12를 목전에 두고 펼쳐지는 안방 승부는 이런 분위기의 클라이맥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 11년 전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2013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두산 베어스에 1승3패로 열세였으나, 리버스 스윕으로 V7을 달성한 바 있다.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3패로 열세였던 17팀 중 유일하게 반등 신화를 썼다. 주장 구자욱, 데뷔 21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에 오른 강민호를 중심으로 결집된 팀 분위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위기의식이 '기적'을 만들 수도 있다. 다만 레예스, 원태인을 3~4차전에 활용한 뒤 마땅한 선발 자원이 없다는 게 약점. 삼성 박진만 감독은 5차전을 '불펜데이'로 치르겠다는 뜻을 이미 드러낸 바 있다. 5차전 선발로 나설 좌완 이승현의 활약상, 3차전 4홈런 뒤 다시 수그러든 타선 분위기를 어떻게 살릴지가 관건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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