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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 끝에 희비가 엇갈린 두 감독이 상반된 첫 마디를 꺼냈다.

한국전력이 26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3-2(25-20, 14-25, 21-25, 25-14, 15-9)로 꺾고 개막 후 연승을 달렸다. 그야말로 혈투였다. 1세트부터 8점 차 역전이라는 심상치 않은 경기 흐름이 이어지더니, 두 팀이 난타전을 벌이면서 두 자릿수 득점 선수만 도합 7명이 나오는 난전이 벌어졌다.

최종 승자는 한국전력이었다. 중반부까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루이스 엘리안(등록명 엘리안)이 5세트에 폭격기로 돌변했고, 서재덕은 어수선한 경기 흐름 속에서 든든하게 중심을 잡았다. 백업 멤버 구교혁과 김주영의 활약도 빛났다.

경기 후 승장 권영민 감독은 인터뷰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재밌었죠?”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권 감독은 “일단 너무 힘들다(웃음). 첫 경기 5세트의 여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엘리안을 포함한 선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좀 무거웠던 것 같다. 하지만 구교혁과 김주영이 정말 잘해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력에는 만족할 수 없지만, 일단 이겼기에 결과에는 만족한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권 감독은 엘리안의 경기력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엘리안이 딱히 슬로우 스타터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다만 경기 전에 몸을 풀 때부터 좀 몸이 무거워 보이긴 했다. 돌아가서 대화를 좀 나눠봐야 할 것 같다. 시즌은 길다. 몸을 관리하는 요령을 잘 익혀야 한다. 엘리안 본인도 경기 준비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엘리안의 부진 요인으로 컨디션 관리 실패를 추측했다.

그러면서도 권 감독은 엘리안을 마냥 비판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차라리 이런 상황을 시즌 초반부에 미리 겪은 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엘리안은 4-5세트에 보여준 활약을 평균적으로 보여줄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엘리안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임을 확신했다.

권 감독은 이날의 씬 스틸러였던 구교혁과 김주영에 대한 칭찬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두 선수 모두 잘해줬다. 비시즌 때 훈련량도 많이 가져간 선수들이다. (김)건희도 마찬가지다. 백업 선수들이 많은 노력을 해준 덕분에 지난 시즌보다 선수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태다. 이번 경기처럼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순간에는 언제든 기회를 주겠다”며 구교혁과 김주영을 포함한 후보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았다.

한편 삼성화재는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1세트 대역전패의 충격을 딛고 2-3세트를 내리 따내며 승점 3점을 얻나 싶었지만, 4세트에 급격히 망가진 경기력을 5세트까지 회복하지 못하면서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김상우 감독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가장 먼저 “아쉽습니다”라는 말을 꺼냈다. 이후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은 블라니미르 그로즈다노프(등록명 그로즈다노프)에 대해 “손의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아서 경기에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상태를 좀 지켜봐야 하는데, 가능한 다음 경기에는 나설 수 있도록 준비시켜보려고 한다”고 상태를 설명했다.

이날 삼성화재의 아킬레스건은 결국 알리 파즐리(등록명 파즐리)의 결정력이었다. 파즐리는 16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은 34.21%에 그쳤고, 범실도 6개를 저질렀다. 특히 5세트에는 많은 찬스가 파즐리에게 향했음에도 무득점에 그치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은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노재욱의 연결이 흔들린 것도 있지만, 결국 파즐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특히 원 블록 상황이 많이 나왔음에도 득점을 내지 못한 부분은 문제였다”며 파즐리의 경기력에 대해 쓴 소리를 남겼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도 수확은 있었다. 2024-2025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로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은 김요한이 준수한 데뷔전을 치른 것. 원 포인트 서버로 주로 나선 김요한은 4세트에 파즐리를 대신해 아포짓으로 뛰기도 했다. V-리그에서의 첫 득점도 서브가 아닌 백어택으로 올린 김요한이었다.

김 감독은 김요한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잘해줬다. 배짱도 있고, 서브도 잘 때려줬다. 좋은 데뷔전을 치렀다”며 칭찬을 건넸다. 그야말로 진흙 속에서 발견한 진주였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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