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27 14:11:50]
“내게 배구는 인생의 전부였다.”
여오현 코치는 27일 오후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 1라운드 대한항공과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홈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1978년생의 여 코치는 2005년 출범한 V-리그 원년 멤버로 20시즌을 소화했다. 삼성화재에서 시작해 2013년 현대캐피탈로 이적했고, 2023-24시즌까지 현역 선수로 함께 호흡했다. 그동안 여 코치는 625경기 2181세트를 소화했다. 그의 발자취도 화려하다. 2009년 12월 역대 1호로 수비 5000개 달성, 2015년 12월에는 리그 최초로 10000개 수비를 성공시키며 최초의 길을 걸었다.
현재 리시브 정확 8005개 성공으로 역대 1위, 5219개 디그 성공으로 역시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리시브와 디그를 합산한 수비 부문에서도 단연 1위다. 총 13224개를 기록했다. 남자부에서는 10000개가 넘는 수비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다.
그러던 2023-24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수석코치로 새 출발을 알렸다.
여 코치는 27일 은퇴식을 기념해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커피차를 쏘기도 했다. 재치있는 ‘여오현 3행시’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습니다. 현캐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여오현 코치가 팬들에게 남긴 인사다.
은퇴식에는 가족들도 함께 했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과 최태웅 해설위원도 꽃다발을 건넸다.
여 코치는 신기록상까지 받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부문별 기준기록상 달성 선수가 ‘최고기록보유선수’로서 은퇴할 시 신기록상을 시상한다. 500만원 상금과 기념트로피도 주어졌다.
유니폼을 입지 않고 유관순체육관 코트 위에 오른 여 코치. 마이크를 잡은 그는 “은퇴식은 처음이라 할 말이 많은데 잊어버릴까봐 적어왔다”며 준비한 멘트를 차근차근 전했다.
여 코치는 “24년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지 몰랐다. 믿기지 않는다. 팬, 동료들과 함께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동안 좋은 날도 많았고, 안 좋은 날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내게 배구는 인생의 전부였다. 모든 일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말을 이어간 여 코치는 “12년을 명문구단인 천안 현대캐피탈에서 보냈다. 돌아보면 우승할 때도 좋았지만, 안 좋았던 시절이 더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우승했다. 난 정말 운이 좋은 배구선수다. 팬분들이 있어 내가 있고, 동료들이 있어 내가 있었다. 훌륭한 팀이 있어 내가 있었다”고 말했다.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가족들을 향한 메시지도 전했다. 여 코치는 “나의 아내 김류경, 우리 두 아들 광우와 광민.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줘서 그동안 더 열정적으로 배구를 할 수 있었다. 당신이 우리 가족을 잘 이끌어줬는데 어떻게 보답을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제 배구 지도자 여오현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한다. 안녕이라는 말대신 다음에 또 만나요로 대신하겠다”고 말하며 인사를 남겼다.
현대캐피탈 홈팬들도 여 코치를 응원했다. ‘당신의 헌신과 열정,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한 시대를 빛낸 리베로 여오현의 새 출발을 응원합니다’, ‘함께 했던 시간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준비했다.
은퇴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여 코치는 “눈물을 참느라고 고생했다. 펑펑 울면 선수들이 놀린다고 해서 참았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멘트를 썼다 지웠다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했는데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안 들더라. 여기 올 때까지도 괜찮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유관순체육관 코트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정이 벅찼던 여 코치다. 그는 “팬들이 있는 코트에서 그리고 가족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은퇴식을 했다. 울컥했다. 운동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울컥했다. 또 팬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다. 감동을 받아서 그랬던 것도 있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영원한 리베로’ NO.5 여오현은 떠났지만, 지도자 여오현으로 코트에 오르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연 여오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사진_KOVO, 천안/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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