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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말을 갈아 탄 홍명보 감독이 주춧돌을 놓았고, 김판곤 울산 HD 감독이 '왕조'를 완성했다. 김 감독이 지도자로서 K리그와 처음 만난 지 96일 만에 역사로 우뚝섰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92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해 1996년까지 5시즌 몸담았다. 1996년 우승의 감격을 누렸지만 그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K리그 통산 53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지도자는 다른 그림었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홍콩대표팀 사령탑 시절이었다. 그는 '홍콩의 히딩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8년에는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지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영입이 그의 작품이다. 김 감독은 2021년 말레이시아 축구와 손을 잡으며 그라운드로 돌아왔고, 때를 기다린 끝에 여정은 K리그 첫 지휘봉으로 이어졌다.

7월 28일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그의 첫 일성은 “27년이 걸렸다“였다. 홍 감독은 22라운드까지 지휘한 후 물러났다. 11승6무5패였다. 감독대행을 거쳐 김 감독이 사령탑에 선임될 때 울산은 4위였다. 다만 선두와의 승점 차는 4점이었다. 최초의 작품이 울산의 3년 연속 우승이다. 김 감독은 K리그 역대 다섯 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 울산 구단 역사상 최초의 선수 출신 감독이자,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하는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영광스럽다. 26년간 지도자 생활하면서 지하 10층에서 시작했다. 늘 이런 기회를 잡으려고 했다. 울산이 불러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 반드시 우승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을 했고, 3년 연속 우승 바라는 팀이라 부담감이 많았다. 너무 기쁘고, 선수, 코칭, 지원스태프 그리고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K리그1에서 11경기를 지휘했고, 패전을 잊었다. 성적은 8승2무1패였다. 하지만 길은 쉽지 않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코리아컵을 병행하는 것은 난제였다. 울산은 코리아컵에선 결승에 올랐지만, ACLE에선 3전 전패에 머물렀다. “27년간 기회를 바꾸려고 할 때 이런 케이스가 많았다. 소방수로 많이 들어갔다. 자신감을 갖고 왔다. 처음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감사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13시간 일을 했다. 일의 양이 너무 많았다. 지난 한 달간은 잘못된, 어려운 선택을 한 것에 후회한 적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스스로 이겨야 했고, 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감독을 신뢰하고 따라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김 감독은 “우리가 왕이야“ 등 명확한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던졌다. 세심한 리더십으로 선수단 장악에 성공했다. 전술적으로는 공격적인 수비와 강력한 압박을 통한 통제와 지배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청용은 “감독님이 부임한 것이 큰 원동력이 됐다. 빠른 시간 안에 팀을 안정시켰다. 리그에서 굉장히 좋은 성적으로 1위를 올라선 것이 지금까지 경기하는 데 큰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처음 와보니 전임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들었다. 선수들 성품이 좋았고, 팀정신도 뛰어났다.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 손댈 부분이 없었다“면서도 “전술적으로 이대로 가야하나, 아니면 내 색깔로 가야하나 고민을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내 생각대로 가겠다는 결단을 내렸지만 힘들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혼란스러웠을 거다. 경기 접근 방식이 달랐다. 선수들도 의심에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이 섰고,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30일 포항과의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더블(2연패)'을 노린다. ACLE도 반전을 꿈꾸고 있다. 내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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