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9-07 10:41:00]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FIFA 23위)이 7일 새벽 오만으로 떠났다.
홍명보호는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오만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 원정전을 치른다.
홍명보 감독의 두 번째 국대 감독 데뷔전이었던 5일 한수 아래 팔레스타인(FIFA 96위)과의 1차전에서 홈팬들의 야유와 환호성이 오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결정적 기회를 수없이 날리며 0대0으로 비겼다.대표팀은 팔레스타인전 직후 하루 외박 후 6일 인천공항 인근 호텔에 복귀한 후 오후 11시 인천공항에 도착해 7일 오전 1시 출국했다.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현지시각 7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각 오후 4시30분) 오만 무스카트에 도착한다.
태극전사들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모래바람' 중동 원정은 쉽지 않다. 승점 3점을 믿었던 팔레스타인전의 신체적 피로와 심적 스트레스가 채 가시기도 전 비행기에 올랐다. 15시간 넘는 비행을 해야 한다. 손흥민, 이강인, 이재성, 황희찬, 황인범 등 주축 유럽파들은 한국 시차에 이어 다시 중동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 극한의 스케줄이다. 7일 저녁부터 현지 적응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안방 팔레스타인전에서 승점 3점을 놓쳤기 때문에 오만전 승리는 절실하다. 오만은 1차전 이라크 원정에서 0대1로 패했다. FIFA 랭킹 76위 오만과의 상대 전적에서 한국이 4승1패로 우위지만 그 '1패'가 바로 오만 원정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인 2003년 10월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아시아컵 예선에서 1대3 충격패를 당하며 '오만 쇼크'로 회자됐던 그 경기다.
축구는 사기이고 기세인데 경기 전후가 온통 '논란'뿐이다. 경기전부터 상암벌엔 비난 플래카드와 야유가 난무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난이었지만 그 여파는 고스란히 그라운드에서 피, 땀, 눈물로 분투하는 선수들이 감당해야 했다. 안방에서 응원받지 못하고 뛰는 느낌에 선수들은 위축됐다. 경기 후 논란은 일파만파 더 거세게 번졌다. 센터백 김민재가 경기 후 일부 서포터 앞에서 “응원해달라“고 말하면서 팬, 선수간, 팬들간 갈등 양상이 불거졌다. 경기 후 김민재는 팬들에게 다가가 양손을 들어 '자제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응원해 달라“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이 장면이 논란이 되자 김민재는 현장 인터뷰를 통해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선수들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사실 우리가 (경기) 시작부터 못 하진 않았다. 왜곡해서 제 SNS에 찾아와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우리가 시작부터 못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해 주시는 부분이 아쉬워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 공격적으로 할 의도는 없었고, 심각한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했다. 이후 유튜브와 숏폼 플랫폼, 각 축구 커뮤니티에서 김민재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대표팀 선수들이 '붉은 악마' 앞에서 '캡틴' 손흥민의 “차렷! 경례!“ 구령에 맞춰 고개 숙여 인사할 때도 김민재는 고개 숙이지 않았다. 허리에 손을 얹고 침통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응시한 후 돌아섰다.
'붉은 악마'는 6일 SNS를 통해 '지기를 바라는 응원은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경기 종료 후 김민재 선수가 N석 쪽으로 와서 '좋은 응원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고 선수와 관중 간의 설전은 없었다“면서 “붉은악마는 선수들과 모든 순간을 함께했고 어떠한 순간에도 '못하길 바라고', '지기를 바라고' 응원을 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간절히 승리를 바랐던 김민재 선수가 좋은 결과가 안 나온 아쉬움에 그리고 오해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며 “단,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붉은악마'는 “모든 축구팬들에게 부탁드린다. 선수에 대한 질책과 비난을 앞으로 더 멋진 선수가 될 수 있게 응원의 목소리로 바꿔주시고 남은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주장 손흥민도 “팬과 선수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선수들에게 좋은 이야기, 격려를 많이 해주시면 선수들 역시 그 원동력으로 한발 더 뛸 수 있다. 우리가 홈에서 경기할 때 만큼은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어떻게 하면 더 큰 도움이 될지 곰곰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재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이 와서 응원해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팬들 찾아간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실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셔도 되지만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서 “좋지 못한 경기력, 선수들이 잘했어야 했는데 팬들에게 죄송하다. 다음 경기를 꼭 잘해서 이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절체절명, 이겨야 사는 전쟁터에서 '동족상잔' 팀킬은 최악이다. 자중지란에 적들이 미소 짓는다. 우리중 누구도 대한민국이 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응원'의 사전적 의미가 '경기에서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붉은 악마'의 선언대로 세상에 '지기를 바라는 응원'은 없다.
소모적 논란, 논쟁보다 지금 우리에겐 '원팀'이 필요하다. KFA 소셜미디어엔 새 소식을 업데이트만 하면 악플이 쏟아진다. 팬들이 사랑하는 KFA 국가대표 영상 '인사이드캠'도 멈춰섰다. 기세가 바닥이다. 이른 새벽 출국장에서 축 처진 어깨로 출국한 우리 대표팀엔 '모두의 응원'이 필요한 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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