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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번트를 너무 쉽게 생각한 대가, 치명타가 된 삼성.

이런 게 단기전 감독, 벤치의 능력을 가르는 요소다. 승부처라고 생각이 될 때는, 상대 허를 찌르는 수가 필요한 법이다. '서스펜디드 여파'로 패했다기에는,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의 선택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삼성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패했다. 21일 비로 밀린 서스펜디드 게임을 먼저 치렀고, 1-0으로 앞서던 이 경기를 역전패하는 충격 속에 곧바로 이어진 2차전도 대패하고 말았다.

박 감독의 “1차전 여파가 없을 수 없었다“는 말대로, 1차전 충격 역전패에 2차전 선수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1차전을 패하며 그런 충격을 받았느냐를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삼성이 김헌곤의 솔로포로 앞서나간 6회초. 당시 KIA가 당황했다. 선취점을 내줬고,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은 타격감으로 인해 원태인에게 압도를 당하는 상황. 장현식이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왔지만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KIA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기서 경기가 중단된 건 삼성에 아쉬운 부분. 하지만 아쉬움은 뒤로 하고 이어지는 경기에서 이 찬스를 어떻게 살리는지가 중요했다. 이는 박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박 감독은 재개되는 1차전을 앞두고 “무사 1, 2루 찬스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타석에는 김영웅이었다. 28홈런을 친 강타자. 하지만 정교함은 매우 떨어진다. 시즌 내내 번트를 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올해 희생번트 1개 성공이 전부였다. 문제는 이 김영웅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어설픈 타구가 나오며 3루에서 아까운 주자가 횡사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사실상 삼성 분위기가 꺾이고, KIA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역전의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팀 모두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한 순간. 만약 삼성이 1점이라도 냈다면 KIA는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더 긴장했을 수 있고, 삼성 불펜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래서 번트 작전을 생각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왜 김영웅이었냐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번트에 매우 취약한 선수다. 한창 경기 중이라 몸도, 긴장감도 풀린 상태였으면 모른다. 하지만 사실상 경기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번트만을 바라보고 있는 긴장감이 매우 큰 순간이었다. 번트를 잘 대는 베테랑이라도 덜덜 떨릴 순간에, 가을야구가 처음인 선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확실하게 번트 작전이었다면, 작전 수행이 좋은 선수로 대타를 내는 게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김영웅을 남겨놔도 경기 후반 한 타석인데, 그 한 타석을 포기하더라도 1점을 낼 수 있다면 그렇게 가는 게 맞았다. 김영웅이 수비에서 무조건 있어야 하는 포수라면 모를까, 수비 대체도 충분히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주자가 2, 3루로 갔더라도 득점이 안됐을 수 있다. 하지만 진루를 했다면 KIA 배터리는 더 압박을 받았을테고, 타석의 박병호도 한층 부담을 덜고 컨택트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게 가정이고, 결과론이지만 그 번트 실패가 가져온 후폭풍은 너무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번트 실패의 충격 여파인지 김영웅은 이후 네 타석 연속 삼진으로 부진했다. 유격수 자리에서 실책도 저질렀다. 어린 선수에게는 이겨내기 힘든 결과였을지 모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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