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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5초면 충분했다. 펜싱 단체전 결승까지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던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은 단 5차례 찌르기로 최후의 무대를 지배했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웅크렸던 것처럼 도경동은 짧은 시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랭킹 75위 도경동이 결승전에서 그야말로 대형사고를 쳤다. 도경동은 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 헝가리전 후반 깜짝 투입, 폭풍처럼 5점을 몰아쳐 45대41 승리에 앞장섰다. 도경동은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22위) 오상욱(28·1위) 박상원(24·이상 대전광역시청·23위)과 함께 대회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알고보니 명품조연도 아니고 비밀병기도 아니고 끝판왕이었다. 30-29로 쫓기자 원우영 코치가 아껴뒀던 도경동 카드를 꺼냈다. 도경동은 한 점도 잃지 않고 5점을 연속해서 가져왔다. 전광석화처럼 5회 찔러서 5점, 전광판 초시계는 2분58초에서 2분53초로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헝가리 선수단은 눈에 띄게 동요하며 침착함을 되찾으려 애를 썼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포효하며 승리를 예감했다. 이 5점으로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쥔 한국은 끝까지 리드를 잘 지키며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사실 세계랭킹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도경동은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우리나라는 8강에서 캐나다, 4강에서 프랑스를 비교적 여유있게 물리쳤다.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굳이 도경동을 투입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헝가리와의 결승은 초박빙으로 진행됐다. 변화가 필요했다. 4강까지 구경만 한 도경동은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했다. 원 코치는 “(도)경동이가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도 내 용병술에 소름이 끼쳤다. 준비가 잘돼 있다곤 생각했지만 5-0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단체전은 개인전과 달리 단시간 초집중이 중요하다. 원 코치는 “경동이는 단체전을 워낙 잘하는 선수다. 경동이 덕분에 우리나라 팀 랭킹이 세계1위가 된 것이다. 월드컵 단체전에서도 늘 제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도경동은 헝가리의 추격 흐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박상원이 기세를 이어받아 5-4를 추가하며 리드를 7점으로 벌렸다. 넉넉히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검객으로 등장한 오상욱이 큰 실수 없이 마무리에 성공했다.

도경동은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아 단체전에 집중했다. 도경동은 “단체전 멤버인 만큼 단체전을 정말 잘했던 (김)준호형에게 수시로 조언을 구하고 있다. 단체전은 짧은 5점 승부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5포인트를 잡는 전술 부분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첫 경기가 결승이었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들어갈 때 형들이 불안해하지 않았고, 믿음을 줬다. 난 질 자신이 없었는데, 그게 지켜져서 다행“이라고 했다.

도경동의 롤모델은 단연코 오상욱이다. 자신을 오상욱 스타일이라고 표현한 도경동은 “지금 우리는 오상욱의 시대를 살고 있다. 키 차이가 2㎝밖에 나지 않는다. 나는 상욱이형 제자라고 생각한다. 자세를 보고 따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존경심을 나타냈다.

작년 4월 입대한 도경동은 조기전역까지 자력으로 쟁취했다. 그는 금메달 시상대에서 당당히 거수경례를 올리며 자축했다. 10월 전역 예정이지만 병역특례혜택이 주어진다.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건 게 전역보다 감사한 일“이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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